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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3 (화)

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고슴도치에게 배우는 지혜


서운한 감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오늘 아침은 웬일인지 그렇지 않다.

아마도 어젯밤 불편한 감정을 안고 잠자리에 들어서일까? 아침에 눈을 떴지만, 여전히 상대에게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한 나에게는 서운한 감정이 이어진다. 이런 나의 기분 상태에서 마침 주변 누군가의 말투가 도화선이 되는 순간 나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간다. 마치 성냥개비 하나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아침을 가볍게 먹고, 노트북과 책 몇 권을 챙겨 근처 카페로 향한다. 여느 때 같았으면 휴일 아침, 직장이 아닌 카페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에 콧노래도 절로 나왔겠지만, 무거운 마음은 나를 어느새 카페에 데려 놓았다. 나를 알아봐달라는 내면의 작은 외침이 허공에 떠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우울감마저 들었다.

 

단골 카페에 도착한 나는 남들이 모르는 구석진 자리에 책을 올려놓았다.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니 두통까지 찾아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무심한 시계의 초침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점점 더 어지럽게 했다. 나는 이런 감정을 오래 가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아끼는 사람과의 오해가 깊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황금 같은 휴일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 정리’가 필요했다. 감정의 변화가 필요할 때 장소를 이동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기에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선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의식적으로 최대한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하고 길게 내뱉는다. 이렇게 하면 뇌로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 차분해지고, 합리적인 사고도 가능하게 된다. 호흡은 감정과도 직결되어 있기에 감정의 흐름 역시 자연스럽게 가라앉게 된다.

 

조금 편안해진 나는 커피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고, 천천히 걸으며 어느새 찾아온 가을을 느끼며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왜 나는 화가 나는 걸까?’

‘왜 상대는 화가 났던 걸까?’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서운한 감정을 느낀다는 건 기대했던 답이 돌아오지 않아서이다. 어쩌면 나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상대에게 객관식 문제를 주고 내가 미리 정해 놓은 정답을 맞추기만을 바랬던 건 아닌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답 또한 하나가 아닐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이 서로 같을 수 없다. 경험한 것도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또한 다르다. 그러니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반응과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누군가의 태도와 내 반응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간극, 그 충돌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한 걸음 물러서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십이란 나이에 접어들며 한 가지 뚜렷이 느껴지는 작은 철학이 있다면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마치 고슴도치가 추위에 이겨낼 수 있는 그러한 용기와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