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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금)

임지윤 작가 에세이

특별한 벌칙

 


고민이 생겼다. 

시험을 앞두고 반복적인 실수가 나오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실수가 줄어들까?’ 곰곰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바리스타 스킬 기초 수업 중 내뱉는 독백이다.

 

머신 앞에서 그라인더와의 고군분투 끝에 우렁차게 “끝났습니다.”를 외친 수강생의 말을 믿고 끝냈는지 확인하러 수강생에게 걸어간다.

청소할 항목들이 모두 완료가 되었는지 체크를 시작한 순간, 끝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니 그러려니 할 법도 하지만 내 고민은 시작된다.

 

“끝났습니다”라는 멘트는 분쇄도를 조절해 에스프레소가 정상추출이 되도록 맞추었음은 물론, 추출 후 빠짐없이 해야 하는 청소까지 끝냈다는 의미, 하지만 청소 항목에서 한두 가지가 빠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반복적으로 빠뜨리는 청소가 나온다.

추출 후 포터필터 안의 원두찌꺼기를 버리지 않아 그대로 있거나, 비워져있어야 할 그라인더 도징챔버 안에 여전히 원두가루가 있기도 하다. 드립트레이 위의 물기와 에스프레소 자국을 닦지 않는 실수, 깨끗해야 할 탬퍼베이스와 탬핑매트, 저울에 원두가루, 에스프레소가 묻어 있는 실수도 비일비재하게 나온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기물의 명칭

 

많은 양의 커피를 한 번에 제조하는 증기압식 방식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1884년 이탈리아의 안젤로 모리온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명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뜨거운 물과 높은 압력으로 커피 원액인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계를 뜻한다.

 

포터필터(Portafilter) : 분쇄된 원두가루를 담는 장치로 에스프레소 머신의 그룹헤드에 장착하는 부품

그룹헤드(Group Head) : 에스프레소 머신의 핵심 부분 중 하나. 보일러에서 데워진 물이 포터필터 안에 담긴 원두가루로 전해는 곳. 그룹의 개수에 따라 1그룹, 2그룹, 3그룹 등으로 나뉨.

드립트레이(Drip Tray) : 추출되는 커피를 받기 위해 잔을 올려두는 받침대

도징 챔버(Dosing Chamber) : 그라인더에서 분쇄된 원두가루가 담기는 통

탬퍼(Tamper) : 도장처럼 생긴 기물로 포터필터 바스켓 안에 담긴 원두가루에 일정한 힘을 주어 다져주는 탬핑(Tamping)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물. 원두가루에 닿는 원반처럼 생긴 아랫부분을 탬퍼베이스(Tamper base)라 함

 


커피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힘들게 공부를 해서 그런지 나를 통해 커피를 알게 된 사람들은, 커피를 행복한 기억만으로 남겨지게 하는 것이다.

 

머신 앞에 서서 분쇄도를 조절하는 수강생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시험에서 청소 항목이 하나라도 빠지면 재시험을 봐야 하니 사소한 실수 하나로 다시 시험을 보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과 스스로의 다짐 사이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잠시 고민을 해본다.

 

고민을 끝낸 후 수강생들에게 벌칙이 생겼음을 알렸다.

 

“지금부터 청소 항목 하나 빠뜨리면 저랑 하이파이브 한 번이에요!”

 

긴장과 실수로 인해 당황하고, 반복되는 실수로 스트레스와 자책, 주눅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실수도 웃어넘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손을 마주칠 때 전해지는 체온을 통해 응원의 마음도 함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특별한 벌칙이다.

벌칙이라니 긴장하던 수강생들이 피식 웃는다.

“강사님! 그건 벌칙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수강생을 바라보고 빙그레 웃어주었다.

 

벌칙을 공지하고 다시 실습에 들어간다.

여전히 실수가 나오지만 전에는 실수로 경직되었던 수강생들이 내가 내민 손을 보고 미소 지으며 쑥스러운 듯 마주친다.

그 미소가 좋아 마주 보고 웃으면서 “다음엔 실수하면 안 돼요”라고 살짝 힘주어 말한다.

 

특별한 벌칙의 마법 같은 효과였을까?

실수도 줄고 벌칙을 받은 수강생들이 수업 후 에스프레소머신 마감 청소까지 빠뜨리지 않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커피를 배우는 시간이 행복하게 기억되고, 실수 없이 한 번에 시험에 합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특별한 벌칙.

특별한 법칙이 마법 같은 효력을 발휘한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수강생들을 보며 합격 축하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