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동행하는 일이다. 며칠 전 ooo 선생님이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교장으로서 그 말을 들었고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긴다. 1학년으로 내려오면 교실의 하루는 작은 사건들로 촘촘해진다. 큰 사고가 없어서가 아니다.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큰일처럼 느낄 틈이 없다. 그저 “또 하나 지나갔다”가 하루의 리듬이 된다. 내가 1학년 근무를 하던 때 유독 잊히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물을 자주 엎지르는 아이였다. 자주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세 번을 엎지르는 아이였다. 마치 본인이 정한 루틴처럼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은 해야 오늘이 끝난다.” 처음엔 나도 반사적으로 말이 나왔다. “조심하자 물은 들고 다닐 때 두 손으로.” 그런데 아이는 세 번째쯤 되면 이미 표정이 ‘알아요’가 아니라 ‘또 해버렸네’가 된다. 알고도 되는 게 1학년이고 아는데도 안 되는 게 1학년이다. 문제는 물이 아니었다. 그 다음이었다. 아이에게 “닦자”라고 했더니 아이의 방식은 독특했다. 두르마리 휴지를 몇 칸 뜯는 게 아니라 통째로 가져와 바닥에 풀기 시작했다. 마치 교실 바닥을 ‘휴지 카펫’으로 바꾸려는 듯 물은 닦였지만 동시에 교실에는 새로운
교장이 전해 들은 운동장의 이야기 며칠 전, 한 선생님에게서 피구장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었다. 공에 두 번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두 번이요. 한 번도 억울한데 두 번은… 그건 공이 아니라 인연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공이랑 친하시네요.^^” 그런데 정작 인상 깊었던 건 ‘두 번 맞은 사건’이 아니었다. 그 다음 이야기였다. 맞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는 것이다. ‘아~~~ 이거 애가 트라우마 생기겠다.’ 공을 찬 아이가 그 자리에서 얼었다고 했다. “아이고~~큰일났다아~~~!” 눈이 커지고, 숨이 멎고, 영혼이 없는 듯한 표정 ㅎ 그래서 바로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괜찮아~ 괜찮아~”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가 끝나자마자 이어진 이야기에 놀랐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오더니 공을 찬 아이에게 단체로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야, 너 뭐하냐?” “선생님한테 죄송하다고 해야지!” “빨리 말씀드려!” “지금이야! 지금!” 선생님 표현으로는, 아이들이 갑자기 ‘예절부’가 되었다고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현장 지휘가 되고, 심지어 사과 타이밍 코치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공은 선생님의 얼
계약은 종이에 남고, 감사는 사람에게 남는다 조달청 외벽도색사업(1억 3천만 원 규모)에 우리학교가 선정되어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진심을 다해 도와주신 고마운 업체와 공사진행을 위한 첫 만남이 잡혔습니다. -아이의 한마디가 어른의 결정을 바꾼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한마디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건넨 말 “공룡이 추워 보여요.” 그 말 속의 순수함에 우리 모두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학교 외벽과 공룡상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기억의 풍경’이니까요. 그리고 학부모님들을 위해 진심 어린 수업료(전국 최저가 수준)를 지키려 애써 온 우리의 마음까지, 그 업체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볍게 듣지 않았습니다.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은 현실을 함께 고민했고 계획서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업체였습니다. -숫자보다 먼저 마음을 칠하다.- 미팅 당일, 대표님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우리는 말보다 먼저 박수로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고마움은 마음에만 두면 금세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표님이 들어오시자, 우리 4명의 임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박수를
나는 한 달에 한 번 전교 어린이 임원회의에 꼭 참석한다. 임원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아무리 바빠도 그 자리에 앉는다. 회의의 앞부분, 맨 처음 10분은 내가 일부러 비워 둔 시간이다. 그 10분 동안은 전교어린이 임원들의 이야기에 완전 집중한다. 어른들이 너희들의 이야기에 정말 관심이 많다는 느낌이 어린이들에게 꼭 전해지길 바라면서. 아이들이 말하는 불편과 제안은 늘 ‘작아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학교는 그 작은 말에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가능한 일은 가능한 대로, 그 자리에서 바로 확답한다. “좋다, 그렇게 하자.” 다만 시간이 걸리는 일은 애매하게 넘기지 않는다. “이건 시간이 좀 걸린다.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 아이들은 기다리는 것보다 ‘언제까지인지 모르는 것’을 더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혼자 결정하는 시간이 아니다. 교감 선생님이 답할 일은 교감 선생님이, 실장님이 확인할 수 있는 일은 실장님이 즉시 확인해 준다. 그 자리에서 직접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학교에서 가장 좋은 행정은 멀리 돌아가지 않고 얼굴을 보고 답하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그때였다. 6학년 한 어린이가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선생
“교장선생님, 공룡이 추워 보여요.” 아이의 말은 언제나 정확하다. 운동장 한켠에 서 있던 공룡 동상들은 햇볕과 비를 견디며 조금씩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이들 눈에는 그 모습이 ‘낡았다’가 아니라 ‘춥다’로 보였다. 아이의 마음이 먼저 추워질 때, 세상은 이미 많이 낡아 있다. 나는 공룡을 한 번 보고, 아이를 한 번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러다간 공룡이 백색공룡이 되게 생겼다.” 아이들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공룡을 걱정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어른들보다 먼저, 아이들은 학교 풍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공룡을 다시 칠하려면 3천만 원이 든다고 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수업료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그래서 재정은 늘 빠듯하다. 인건비와 기본 지출을 제하고 나면 1년에 남는 예산은 약 1억 원. 그 돈으로 학교 수리와 각종 사업을 감당해야 한다. 외벽 페인트 공사만 해도 1억 3천만 원이라는 견적을 받았다.그마저도 마련하기 어려워 몇 해를 미뤄야 했다. 그러는 사이, 학교 곳곳의 벽은 많이 낡아 페인트 껍데기가 너덜너덜 벗겨지는 곳이 생겼다.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공간이었다. 결국 더는 미룰 수 없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