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교실에서 배우고, 자연에서 살아납니다. 1학년 GLC(영어) 수업 시간. 아이들은 교실을 나와 학교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교실을 벗어나자 영어도 달라졌습니다. 원어민 선생님은 단어를 외우게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텃밭을 둘러본 선생님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Wow! Look at this!” (와! 이것 좀 봐!) “I can’t believe we have all these plants at school!” (학교에 이렇게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아!) “This is amazing!” (정말 놀랍다!) 원어민 선생님은 아이들을 수박 앞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Wow! Look at these watermelons!” (와! 이 수박들 좀 봐!) “Can you see the different sizes?” (크기가 모두 다른 것이 보이니?) “These watermelons are growing for our Watermelon Festival!” (이 수박들은 우리 수박 축제를 위해 자라고 있단다!) “When they are ready, we will enjoy them together!” (다 익으면 우리
꽃은 보이는 순간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더 길다. 교육은 뿌리를 기다리는 일이다. 며칠 전, 장미 한 송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습니다. 꽃 아래로 눈을 내렸을 때, 그 꽃을 떠받친 줄기가 너무 짧고 어렸기 때문입니다. 지난가을, 장미 수십 그루를 삽목했습니다. 두 달쯤 지나 연약한 흰 뿌리가 한 가닥씩 내릴 무렵, 긴 겨울을 실내에서 저면관수로 지냈습니다. 마른 흙이 아래에서부터 조용히 물을 빨아올리는 것을 지켜보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비로소 스무 그루 남짓을 땅에 옮겨 심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난히 왜소한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줄기는 짧고 잎은 성글어, 다른 장미들이 쑥쑥 키를 올릴 때에도 혼자 땅에 바짝 엎드려 있었습니다. '저 아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장 마음이 쓰였던 장미였습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꽃을 피운 것이,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그것도 제 몸보다 더 커 보이는, 탐스러운 한 송이를. 도대체 땅 아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던 그 흙 속에서, 뿌리는 자라고 줄기는 힘을 모으고 꽃은 조용히 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가을 삽목되어 말없이
우리 학교는 축제 시리즈가 있다. 벚꽃 축제, 장미축제, 수박축제, 밤숲 축제가 그 주인공들이다. 수박축제를 하기 위해서는 수박을 잘 키워야만 한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키우기 위해 애플수박 망고수박 무등산수박 등 여러 종류를 키운다. 수박축제를 한다고 하니 몇 명의 어린이들이 물어본다. “교장선생님 설마 급식실에서 먹는 걸 수박축제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급식실에서 나오는 수박이라면 관심밖이라는 얘기다. “인성교육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수박축제를 할테니 걱정마세요.^^” “진짜죠? 정말 그렇게 해 주셔야 해요.” 기대가 된다는 듯 신나게 사라져가는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쪼개먹는 수박맛을 평생 기억하게 하려는 수박축제를 위해서 반드시 수박을 잘 키워내야만 한다. ^^ 어느 날 수박꽃 아래에 조그맣게 열린 수박 열매를 발견한 아이들이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본다. “교장 선생님! 여기 수박이 있어요! 아기수박이에요!” “어디 보자. 와, 정말 아기 수박이네.”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 수박에 털이 있어요!” “진짜네!” “교장 선생님, 수박도 털이 자라요?” 아이들은 신기한 듯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우와~ 솜털이다!” “애기
고산 돌틈 주어진 자리에서 하늘을 닮는다. 흙이 적어도 물이 부족해도 바람이 찾아오면 손을 흔든다. 작게 맑게 청초하게 - 과학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다 - 지난주, 한 무리의 3학년 아이들이 점심도 미처 다 먹지 못하고 교실로 달려왔다. 과학 시간에 "우리 주변에 사는 식물을 살펴보아요"를 배운 참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점심 전에 꽃 그림 한 장을 보여 주며 "밥 먹고 이 꽃을 찾아보렴“ 하셨더니, 아이들은 정말로 운동장 구석에서 그 꽃을 찾아낸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숟가락을 놓고 달려와 외쳤다. "선생님, 찾았어요! 찾았어요!" 선생님은 식사도 안하고 달려온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웃고 있는데 아이들이 말한다. "점심 먹고 이따 얘기해도 되는데,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밥숟가락까지 놓고 온 거예요.^^” 참나~~이렇게 귀엽기도 힘들다. ^^ 기쁜 소식. 나는 그 말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복음(福音)이란 본디 '기쁜 소식'이라는 뜻이 아니던가. 좋은 것을 발견한 마음은 도무지 가만히 있질 못한다. 여인이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달려갔던 것처럼 (요 4:28), 우리 아이들은 꽃 한 송이를 찾고도 밥을 미뤄 둔 채 달려왔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발
봄 햇살이 꽃잎에 머물다 조용히 바람으로 풀려나는 과일향 어느 봄날 아침, 장미정원에서 한 아이가 장미 향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말했다. "과일 향이 진하게 나요. 이 향기를 담아서 엄마한테 가져가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은 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꽃과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 김춘수는 노래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아이들은 매일 그 시를 살아내고 있었다. 아이가 장미를 부르는 순간, 장미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장미는 다시 조용히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고 있었다. 에덴정원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장미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백여 그루가 넘는 장미들이 저마다 다른 얼굴과 다른 향기를 품고 살아간다. 어느 아침, 저학년 한 아이가 정원에서 나를 만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교장 선생님, 저는 장미예요." 너무 귀여워 한참을 마주 웃었다. 또 어떤 날은 아이 둘이 봉오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애기 봉오리가 너무 귀여워요." "이 봉오리가 크면 이렇게 예뻐
바람을 만나면 먼저 흔들리며 인사하는 꽃 함께 기대어 자라며 손을 내밀 듯 피어나는 꽃 먼저 마음을 연다. 우리 아이들처럼 제주도 수학여행 첫날이었다. (교감선생님이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60여 명이 나누어 요트를 타고 바다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햇살은 물결 위에서 반짝였고, 멀리 검은 현무암 바위 위에는 낚시꾼 몇 분이 조용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원래 낚시는 조용해야 한다. 물고기는 작은 소리에도 달아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태강삼육초등학교의 아침은 교장과 교감, 목사님과 행정실장, 선생님들이 먼저 두 손을 흔드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문 앞에 서서 멀리서 걸어오는 아이들을 향해 먼저 손을 흔든다. “사랑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어떤 남자아이는 오페라 창법으로 외친다. “사아랑합니이다아아~~!” 그러면 웃으며 오페라 창법으로 받아준다. “사랑합니다아아아아~~~!” 이제는 영어로 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I love you!” 그러면 또 뒤따라 외친다. “미투!” 그렇게 손 흔들고 인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학교 문화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
'도움 좀 주세요' 한 줄이 학맞통이었다. 함께 뿌리 내리고 함께 피어 오른다. - 한 아이를 온전히 살리는 연합의 꽃- ▪ 그날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예보에도 없던 비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열렸고, 서른 명의 아이들이 쫄딱 젖은 채 학교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머리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티셔츠는 몸에 달라붙고, 운동화는 걸음마다 소리를 냈습니다. 그 순간, 학교가 움직였습니다. 제일 먼저 수건을 내어 주신 분은 ***목사님이었습니다. 학교 행사 때 귀하게 쓰시려고 정갈하게 접어 보관해 두셨던 수건 한 아름을, 아이들 앞에 아낌없이 풀어 놓으셨습니다. 교무실에서 서류와 씨름하시던 ***선생님은 연락을 받자마자 일을 내려놓고 달려오셨습니다. 수건을 펴 아이의 머리를 감싸 문지르는 그 손길에, 교육 경력이라는 말보다 더 오래된 이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서른 명입니다. 수건이 모자라고, 손이 모자라고, 옷이 모자랐습니다. 누군가 교직원 단톡방에 한 줄을 올렸습니다. "도서관에 아이들 젖어 왔어요. 도움 좀 주세요." 이 카톡 한 줄에, 학교 전체가 일어섰습니다. 가장 먼저 행정실 직원들이 결재판을 덮고 복도를 달려왔습니다. ***영어팀
아침 등교지도시간/곳곳에 터지는 사랑의 외침/너무 사랑스런 1학년/살며시 다가와 두 손 모으고/다소곳이/허리숙이고/밝은 미소로 걸어갑니다. 꽃이 걸어갑니다. 꿈꾸는 아이와 헤아리는 아이 상상 하나, 질문 하나 - 이 정도면 발사 준비 완료. 며칠 전, 한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제게 전해 주셨습니다. 어느 아이가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선생님, 아주 아주 큰 콜라 세 개를 마구 흔들어서요~” 선생님은 속으로 빙긋 웃으며 다음 말을 기다리셨답니다. 분명 “터지지 않을까요?”로 끝나는 익숙한 결말이 나오리라 짐작하면서요.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달랐습니다. “우주선에 연결해서 뚜껑을 열면, 우주선이 달까지 가지 않을까요?” 그 순간,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이가 즉각 끼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럼 달에서 어떻게 돌아와?”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선생님도, 듣고 있던 저도 그저 웃었습니다. 이 짧은 대화 안에 두 명의 작은 과학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명은 꿈꾸는 과학자, 한 명은 헤아리는 과학자. 한 명은 출발을 설계하고, 한 명은 귀환을 계산합니다. 꿈꾸는 자가 없었다면 인류는 달을 향해 발을 떼지 못했을 것이고, 헤아리는
벚꽃잎 하나, 첫사랑 하나 점심시간, 산수유꽃 노란 숲 길에서 아이들 생활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그 시간은 단순한 지도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열리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여자 어린이 세 명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 웃으며 오다가 저를 발견하고는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동으로 나오는 인사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얘들아~~산수유 꽃 보여줄까?”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따라왔습니다. “이 노란 꽃이 산수유입니다. 이건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나무입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는 꽃 중 하나입니다.” “와~~” 바로 근처에는 백리향 야생화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잎을 하나씩 떼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이건 백리향입니다. 백 리까지 향기가 난다고 해서 백리향입니다.” 아이들은 잎을 코에 가져다 대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우와! 진짜 좋은 향이 나요!” “향이 진하다!” "아이들은 그 작은 잎을 소중하게 손에 쥐고 놓지 않았습니다. 향기를 맡고 감탄하는 이 순간, 아이들의 감각은 열리고 기억은 깊어집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 입에서 갑자기 첫사랑
아직은 꽃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도 피어가는 중이니까 아침 등교 맞이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교문을 지나 밝은 얼굴로 학교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때였습니다. 1학년 여자 어린이가 걸어오다가 갑자기 한쪽에 쪼그려 앉아서 일어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교실로 들어가야 할 시간인데 왜 저렇게 앉아 있는지 의아해서 다가갔습니다. “교실로 가야지. 왜 여기 앉아 있어?” 그랬더니 그 아이가 아주 귀엽게 말합니다. “저는 다람쥐예요.”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엉뚱하기도 ㅎ 왜 이러는 걸까요?^^ 아이의 상상은 가르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살아가는 환경,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아이의 언어와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환경이 언어를 지배한다. — 박대훈^^ 교육은 가르친 만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이에 자라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복도에서의 일입니다. 저(장은희 실무사)는 행정실에서 나오고 있었고, 남자 아이 두 명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옆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뛰지 말래.” 저의 눈빛에 뛰지 마라는 문장이 적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