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메일 잘 쓰기 2: 단어 선택 잘하기
지난 시간에 이어 ‘메일 잘 쓰기’ 둘째 시간이 돌아왔다. ‘업무 메일 잘 쓰기 1’에서는 ‘첫인사하기’와 ‘보내는 사람 이름 쓰기’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둘째 글의 주제는 ‘단어 선택’이다. 메일에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하는 ‘단어 선택’ 기준은 글을 쓰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문맥에 맞는 단어, 이해가 잘되는 단어 쓰기는 누구나 지니고 있어야 할 단어 선택 기준일 터이니, 이에 따라 세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참고’와 ‘참조’이다. 글을 읽다 보면, 글쓴이의 의도를 일일이 물을 수는 없지만, ‘참고’와 ‘참조’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실제로 이 단어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동일한 문맥인데 누구는 ‘참고’를 쓰고 누구는 ‘참조’를 쓰는데, 직관적으로도 ‘참고/참조’가 동의어는 아니라고 느끼기에 묻는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이 두 단어는 동의어가 아니다. ‘참고’는 ‘살펴서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음’이라는 뜻이고, ‘참조’는 ‘참고로 비교하고 대조해 봄’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참고 문헌’이라 하지 ‘참조 문헌’이라 할 수 없는 것으로도 둘이 같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참조’는 비교하고 대조해 본다는 의미를 지니므로, 비교하고 대조할 대상이 있는 맥락에 쓰여야 알맞다. 예를 들자면. 간략 정보와 상세 정보 간 비교, 대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메일을 쓸 때 어떤 자료를 따로 보내면서 ‘참고’하라고 한다면 한번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고, ‘참조’하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내용과 따로 보낸 자료를 비교, 대조해서 보라는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모임을 알리는 내용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메일 본문에 모이는 이유나 시간, 장소, 참석자 등을 간략히 제시하고,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을 따로 파일로 보낸다면,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고 자세한 사항은 파일을 ‘참조’하라고 말할 수 있다. ‘참고, 참조’의 원어가 각각 ‘參考, 參照’인데, ‘참조(參照)’의 ‘照’의 훈이 ‘비추다(견주어 보다)’이니 단어 뜻을 이해하는 데에 원어를 참고할 수 있다.
둘째로, 업무 메일 특성상 많이 쓰게 되는 ‘일자, 일시, 일정’이다. ‘일정’은 다른 단어들과 헷갈리지 않지만 ‘일자, 일시’는 혼동하기도 한다. 대체로 ‘일시’를 많이 쓰는데, ‘일시’는 날짜와 시간을 아울러서 보일 때에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시: 2025. 6. 17.(화) 09:00
처럼 쓴다. 그런데 시간을 적지 않고 날짜만 쓸 때에도 ‘일시’를 쓰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일시’가 아니고 ‘일자’나 ‘날짜’를 쓰면 된다. 한편, ‘일정’은 어떤 일이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될 때에 쓰는데, 이는 ‘기간’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셋째로, 업무 메일에 순우리말보다는 한자어를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적절한 단어라면야 한자어를 굳이 순우리말로 바꾸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예를 들어, ‘오늘’을 굳이 한자어인 ‘금일(今日)’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둘 다 쓸 수 있다. 다만, 의미를 명확히 드러내는 데에 한자어가 도움이 되지만, 익숙한 한자어가 아니라면 오해가 일어날 여지가 있음은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자어와 순우리말을 떠나서 ‘작일-금일-명일’보다 ‘어제-오늘-내일’을 쓰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울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의미에 맞는 정확한 단어, 쉽게 이해되는 단어를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용이성 추구’ 차원에서, 메일(글)로만 의사소통해야 하는 환경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방법의 하나로 ‘낯선 단어보다 익숙한 단어 쓰기’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글을 쓸 때에 문맥에 맞는 단어를 골라 쓰는 일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게 국어사전을 평소에 자주 찾아보는지를 물으면 대답을 얼른 하지는 못한다. 이 둘 사이는 관련성이 크다. 의미를 정확히 알고 맥락에 알맞은 단어를 골라 쓰는 데에 사전만큼 도움이 되는 자료는 없다. 지금은 종이 사전을 사야 사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서든 사전을 볼 수 있다. 모호한 것뿐 아니라 지금까지 늘 써 왔던 단어들도 한 번쯤 사전에서 뜻과 용례를 찾아 보는 방식을 몸에 익힌다면, 메일을 쓰면서 수많은 단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우리들이 바른 길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 이수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담연구원)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