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청소기 소리가 요란하다. 오랜만의 연휴라 가족들 모두 각자의 방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나 역시 이리저리 펼쳐놓은 책들이 가득한 책상을 내려다본다. 이틀째 그대로인 책 페이지며, 먼지가 내려앉아 걸레질을 해야 할 것 같은 탁상시계와 안경. 먹다 남은 커피.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지웠는지 하얀 책상 위에 뿌려진 지우개 조각들까지. 정리하지 않고 내버려둔 책상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여러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그런데 덩달아 지저분한 책상을 보고 있자니, 약간의 짜증 어린 감정이 올라왔다. ‘마치 정리되지 못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정을 떨쳐버리기 위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내 나는 창문을 열고, 걸레를 챙겨 책상과 선반을 닦기 시작했다. 읽기 위해 꺼내 두었지만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책들은 책장으로, 흩어져 있던 물건들은 서랍 속으로 정리했다. 남겨진 책들은 크기별로, 자주 보아야 하는 순으로 두고, 마지막으로 볼펜꽂이에서 잘 나오지 않는 볼펜들을 하나씩 살폈다. 책상을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았다
타닥타닥,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가 소리를 낸다. 버스를 타려다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걸었는데, 이게 웬걸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의 비 소식을 접해서인지 주변 사람들 모두 나처럼 우산을 준비해 온 것 같다.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는 비가 오는 것이 싫은지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우. 왜 이렇게 비는 많이 오는지.” 중얼거리는 사람의 혼잣말을 듣고 있자니 나의 마음이 스친다. ‘나는 어떻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바지 끝이 모두 젖어 번거로운 상황이 되었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소리 덕분에 개운함이 밀려오는 것이 나의 진심이었다. 일상에서 종종 이런 일들이 있다.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계속적으로 불편하게 보이는 사각의 프레임 같은 일들 말이다. 프레임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틀을 말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건의 해석은 달라지지만 한 번 인식되거나 각인된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러라도 부정적으로 흘러가려는 생각의 틀을 바꾸어줄 필요성이 있다. 상황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모든 것이 나쁘게 느껴질 때,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늘 내린 비에
출근길, 앞서 길을 걷던 한 중년 여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길 옆 화단을 유심히 바라본다. 잠시 뒤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찾는 듯 더 유심히 화단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다 이제는 주저앉아 초록빛 풀 사이로 손을 넣어 이리저리 흔든다. 풀 사이로 몇 번의 반복된 행동을 하다가 아쉬운 듯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걷는다. 며칠 전, 한 중년 남성도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오늘도 비슷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궁금해졌다. ‘대체, 화단에 뭐가 있어 저렇게 유심히 보는 걸까?’ 여성이 있던 자리에 나도 멈춰 서서 화단을 바라본다. ‘아. 이거였구나!’ 한 번쯤 사람들을 멈추게 했던 그곳에는 수많은 세잎클로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토끼풀이라고 불리는 클로버는 초록빛 잎 사이로 하얀 꽃이 함께 피어 있었다. 아마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수많은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한참이나 헤맸던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찾아도 보이지 않던 것이 아주 우연하게 눈에 띄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네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