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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유은지 작가 에세이

마음이 복잡할 때 시도해볼만한 행동

 

 

아침부터 청소기 소리가 요란하다. 오랜만의 연휴라 가족들 모두 각자의 방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나 역시 이리저리 펼쳐놓은 책들이 가득한 책상을 내려다본다.

 

이틀째 그대로인 책 페이지며, 먼지가 내려앉아 걸레질을 해야 할 것 같은 탁상시계와 안경. 먹다 남은 커피.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지웠는지 하얀 책상 위에 뿌려진 지우개 조각들까지정리하지 않고 내버려둔 책상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여러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그런데 덩달아 지저분한 책상을 보고 있자니, 약간의 짜증 어린 감정이 올라왔다.

 

마치 정리되지 못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정을 떨쳐버리기 위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내 나는 창문을 열고, 걸레를 챙겨 책상과 선반을 닦기 시작했다. 읽기 위해 꺼내 두었지만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책들은 책장으로, 흩어져 있던 물건들은 서랍 속으로 정리했다. 남겨진 책들은 크기별로, 자주 보아야 하는 순으로 두고, 마지막으로 볼펜꽂이에서 잘 나오지 않는 볼펜들을 하나씩 살폈다.

 

책상을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았다.

 

이런 것들을 올려두고 있었다니. 복잡한 책상 때문에 방 전체가 답답해 보였던 건가.’

 

하나씩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서야, 며칠 전부터 찾았던 메모장이 눈에 들어왔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여기에 있었네.”

 

단순히 책상 위를 정리했을 뿐인데 방 전체가 새롭게 환기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나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책상을 정리하는 가운데, 복잡했던 생각들이 우선순위를 찾아가는 듯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였는데, 먼저 시작해야 할 일과 시간을 두고 고려해도 될 일들이 분명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청소 때문이었을까. 깨끗해진 공간 덕분인지 마음까지 개운해졌다.

 

청소에는 힘이 있다고 한다. 더러워진 공간이 깨끗하게 정리되면 시각적으로 영향을 받고, 이는 곧 마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청소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일이 풀린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복잡했던 방이 청소로 인해 한순간에 깨끗해지는 것처럼.

 

정말, 청소가 일을 좋게 만들었다는 인과성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청소하는 시간과 과정을 통하여 무엇을 할 수 있겠다는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청소를 마무리하고 나니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리가 되니 후련하기도 했고, 버리고 나니 또 새롭게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잠깐의 청소를 통해 나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줄이고, 조금은 단순해졌다. 그 모습은 나의 책상에서부터 방 전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청소 전, 풍경이 어땠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정돈된 공간에 나는 서 있었다

 

물건은 자기 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보기에 좋듯이, 나 역시도 정리를 하는 가운데, 챙길 것과 버릴 것이 좀 더 선명해졌다고 해야 할까.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 순간 가라앉았다. 이것이 청소가 주는 긍정적인 면인 듯하다.

 

누군가 나처럼 머릿속이 복잡한 오늘을 보내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주변을 정리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과 후는 정말 다른 마음의 세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마쓰다 마쓰히로 '청소력'

청소는 극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