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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유은지 작가 에세이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유은지 작가

 

 

출근길, 앞서 길을 걷던 한 중년 여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길 옆 화단을 유심히 바라본다. 잠시 뒤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찾는 듯 더 유심히 화단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다 이제는 주저앉아 초록빛 풀 사이로 손을 넣어 이리저리 흔든다. 풀 사이로 몇 번의 반복된 행동을 하다가 아쉬운 듯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걷는다.

 

며칠 전, 한 중년 남성도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오늘도 비슷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궁금해졌다.

 

대체, 화단에 뭐가 있어 저렇게 유심히 보는 걸까?’

 

여성이 있던 자리에 나도 멈춰 서서 화단을 바라본다.

 

. 이거였구나!’

 

한 번쯤 사람들을 멈추게 했던 그곳에는 수많은 세잎클로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토끼풀이라고 불리는 클로버는 초록빛 잎 사이로 하얀 꽃이 함께 피어 있었다.

 

 

 

아마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수많은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한참이나 헤맸던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찾아도 보이지 않던 것이 아주 우연하게 눈에 띄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클로버와 관련된 대표적인 일화가 있는데 그것은 나폴레옹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나폴레옹이 포병 장교로 전쟁을 하던 중 클로버 밭을 거닐다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잠시 허리를 숙였는데 그 사이, 등 뒤로 총알이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네잎클로버를 보기 위해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면 나폴레옹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폴레옹은 네잎클로버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이다. 그 이후로 네 개의 잎을 가진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이 일화를 듣고 나에게도 그러한 행운이 삶에서 한 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적이 있다. 며칠 전 세잎클로버 사이를 바라보던 중년 남성도, 클로버 사이를 뒤적이던 여성도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인가 뜻대로 되지 않아, 행운이라는 순간이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네잎클로버를 찾아내어 소소한 즐거움을 만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클로버들 사이를 찾아보던 중년 남녀의 모습이 나에게 순간 와닿는 것은 단순히 클로버를 찾는 그 행위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삶의 많은 부분을 겪어낸 중년의 나이에도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순순히 허리를 굽히는 그 행동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자신이든, 어느 누군가가 되었든 행운을 빌고 싶은 마음이, 주저앉아 클로버를 찾아보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수많은 세잎클로버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 아닐까.

 

네잎클로버를 핑계 삼아 주변과 스스로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 야외로 나가게 된다면, 오랜만에 네잎클로버 찾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라는 세잎클로버들 속에서 행운이라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낸다면 행운을 빌어주고픈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

 

며칠, 길가의 클로버를 바라보던 중년의 남녀를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땐 그들도 초록색 행운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