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 사회적 맥락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말을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끝인사로 으레 ‘수고’를 써서 인사를 건네다 보니 요즘은 너나없이 많이 쓰는 인사말이 되었다. 실제로 ‘수고하다’가 두루 많이 쓰이므로 윗사람, 아랫사람 구별 없이 인사말로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고, 이는 쓰임새만 생각한다면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 인사말을 듣는 상대방이 윗사람이라면 언짢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써 온 이 인사말이 왜?’ 하며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의문을 풀어나가기 위해 ‘사회에서의 경어법’을 다룬 언어 예절 자료[국립국어원 누리집 자료, “표준 언어 예절”-경어법]를 살펴보자. 여기에 아래와 같이 ‘수고하다’를 인사말로 쓰는 경우를 다룬 내용이 있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퇴근하면서 남아 있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는 ‘먼저 가겠습니다.’와 ‘내일 뵙겠습니다.’이다. ‘먼저 가겠습니다.’ 대신 ‘먼저 나가겠습니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등으로 인사할 수 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에 대해서는 요즘에는 나이 든 사람들 가운데서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나, 아직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말이므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퇴근하면서 윗사람에게 ‘수고하십시오.’ 하고 인사를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말을 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 말이 인사말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 말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할 수 있으므로 윗사람에게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동년배나 아래 직원에게는 ‘먼저 갑니다. 수고하세요.’처럼 ‘수고’를 쓸 수 있다.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퇴근하는 사람에게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한다. 아래 직원에게는 ‘잘 가세요. 수고했습니다.’와 같이 인사할 수도 있다.
이 내용에서는 퇴근하면서 건네는 인사말을 다루었지만, 인사말에 쓰는 ‘수고’가 누구에게나 알맞은가 하는 문제를 살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찬찬히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수고하다’라는 말을 윗사람에게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수고하다’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님을 알고 있는 윗사람이라면, 아랫사람이 자신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말을 듣게 되면 그리 깍듯하지는* 않다고 여길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럴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윗사람에게 늘 그렇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십시오.’로 인사했다면, 어떤 맥락에서는 혹여 이 말을 듣는 윗사람이 언짢아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어떨까.
*깍듯하다: 예의범절을 갖추는 태도가 분명하다.
물론, 이미 인사말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만큼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수고’가 꼭 알맞지는 않다고 해도 윗사람에 대하여 구별하여 쓸 대체 표현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으니 현실 언어에 따르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고 본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수고하다’를 써서 인사말을 주고받는 모든 상황에서 아무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이상, 대체 표현을 한번 찾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로 종종 들어오는 ‘수고하다’의 대체 표현에 관한 여러 의견, 문의에 대하여, ‘수고하다’ 대신 ‘애쓰다’라는 표현은 어떨까 하면서 정보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근거는, 정년 퇴임을 하는 분에게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로 인사할 수 있다고 한 언어 예절 자료이다. 정년 퇴임을 하는 분에게 쓸 수 있는 말이라면, 어떤 윗사람에게든 ‘수고하다’ 대신 ‘애쓰다’를 써서 인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년에 퇴임하시는 분이 자리를 떠나는 것을 위로해야 하는지, 그동안의 공적을 기리고 과오 없이 법정 기간을 마친 것을 축하해야 하는지, 그 기본 정신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올바로 헤아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년 퇴임이 ‘축하할 일’이라는 의견과 ‘위로할 일’이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년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일이므로 갑자기 맞이하는 일이 아니고, 과오 없이 법정 기간을 근무하고 정년에 이르는 것은 자신의 일을 올곧고 성실하게 한 사람만이 맞이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축하 인사를 해야 한다. 정년 퇴임을 축하할 때에는 ‘축하합니다.’, ‘경축합니다.’, 그 밖에도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벌써 정년이시라니 아쉽습니다.’ 등으로 인사할 수 있다.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벌써 정년이시라니 아쉽습니다.’와 같은 말은 그동안의 공적을 기리는 마음, 건강하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축하, 지난 삶이 알찼던 것처럼 정년 뒤의 삶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 물론 정년 퇴임을 하시는 분의 건강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것을 골라 쓸 수 있다.
‘수고하다’를 윗사람에게 써도 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분들이라면 대체 표현을 찾는 차원에서 참고해 볼 수 있겠다. 사회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인사말을 건네는 일, 어떤 상황이든 간에 서로 언짢지 않고 원만하기를 바란다. 어떤 표현이 실제로 많이 쓰인다고, 어느 상황에나 쓰이고 있다고 다 ‘통(通)’인 것은 아니므로, 오늘 전하는 내용들이,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인사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상황 맥락, 즉 화자-청자-시간-공간을 고려해서 상대방을 충분히 생각하면서 인사말을 건네 보자. 그러면 우리는 예의범절을 갖추는 태도가 분명한(깍듯한), 호감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