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가이드라인이 행정심판법 보다 우선 적용되는 현실 이대로 괜찮은가?
[사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A군은 같은 학교 친구 B군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3교시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매점으로 향하던 A군은 B군을 마주쳤고, 아는 척을 하기 위해 허리부위를 툭 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B군이 곧바로 멈춰서서 A군을 노려보기 시작하였고, A군은 민망한 마음에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그런데, 매점까지 쫓아온 B군 일행은 매점 앞에서 A군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였고, A군은 그런 B군을 말리려고 하였으나 B군이 “왜 성추행을 하느냐”라고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기에 B군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곧 B군은 A군이 자신을 강제추행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이후 형사고소까지 단행했습니다. A군의 부모님은 처음에는 원만한 해결을 바라며 사과의 뜻을 전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으나 B군 측의 반응은 완강했고, 결국 맞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인사를 하고자 한 의도’에서 비롯된 A군의 장난 같은 터치는 강제추행, 집단폭행, 모욕 등의 사건으로 비화되었고, 서로를 형사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A군과 B군은 같은 사안에 대해 역시 ‘전혀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B군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한 A군의 주장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보였습니다. 특히나 A군의 성소수자가 아니며,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들 사이에서 가벼운 신체접촉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기에 A군 측에서는 ‘신체접촉을 하게 된 의도’에 대해서 충분히 소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에서는 A군의 “사과”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A군의 잘못하지 않았다면 사과할 이유가 없고, A군의 부모님 역시 B군 부모님께 ‘사과의 뜻’을 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논리였습니다. 아이들 일이니 사안을 크게 키우지 말고 ‘잘’해결해 보고자 했던 뜻이 오히려 독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위원회의 위원들은 심의 내내 A군에게 “사과”를 통해 “추행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느냐라는 대목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하였고, 결국 A군의 ‘추행의 고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을 ‘추행’이라 결론지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심의 위원회가 A군에게 ‘교내봉사’조치를 하며 그 이행기간을 단 57일로 제한하였다는 거입니다. A군과 그 부모님은 자신들의 변소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심의위원회 결과를 놓고 행정심판 제기를 수 차 고민한 끝에 50여일 만에 행정심판 제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A군 부모님의 결정 이후 빠르게 집행정지신청 및 행정심판 제기에 들어갔으나, 심의위원회에서 명시한 이행기간 60일은 도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행정심판법 제27조는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백히 규정하는 바, 불복기간은 최소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입니다. 이는 명백하게 법률에 그 내용을 정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즉, 가해학생이건 피해학생이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에 따라 조치결정을 받음을 알았을 때로부터 90일 동안은 “법률에 의하여 그 불복여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A군은 단 57일 안에 조치결정을 이행하라는 ‘결정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및 동법 제16조의2의 수권을 받아 교육부에서 마련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위 조치결정에서 명시한 이행기간 내에 조치결정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생활기록부에 조치결정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A군과 같은 조치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단57일 만에 불복여부를 결정하고, 집행정지신청의 ‘인용’까지 받아내야 하는 ‘법률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위 교육부에서 제정한 가이드라인은 '조치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며, 이행할 의사가 없는 학생'을 제재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 가이드라인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 이행기간이 적어도 불복기한을 넘는 기간(90일 이상)으로 명시되거나, 혹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불복하였다면 기재하지 아니하도록 정해져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이 미비한 탓에 위법·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바, 이는 이 규정자체로 위법하다' 볼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만연히 ‘이행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하나의 사례라 할 것입니다.
김나리 · 유경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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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