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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월)

김연희 작가 에세이

“예”라는 대답을 듣고 싶다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도 말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얼마 전 남편이 새로운 식당을 알게 된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우리는 휴일 점심을 새로 알게 된 식당에서 하기로 하고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한다. 아이는 기분 좋게 준비를 먼저 끝내고 엄마, 아빠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완벽했다. 잠시 후, 나갈 채비를 마친 남편의 그 말만 없었다면 말이다.

 

○○는 가기 싫어?”

 

어쩐지 말이 퉁명스럽다. 핸드폰에 빠져 있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걸까?

 

아니거든.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표정이 굳어져 간다.

 

나를 향한 아이의 시선은 내가 뭐? 나 아무 짓도 안 했는데.’라며 억울함을 담고 있다.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와 아빠의 뒷모습이 편하지 않다.

 

남편과 잠시 떨어져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지금 기분 물어봐도 될까?”

 

아빠 때문에 기분이 별로야.”

 

그렇구나. 아빠 어떤 말 때문에 기분이 상했을까?”

 

나는 가기 싫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그렇게 말하니까 싫었어.”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럼 아빠가 어떻게 말하면 좋았을까?”

 

준비 다 했어? 맛있는 식당이야. 빨리 가서 맛있게 먹고 오자. 그렇게 말하면 기분 좋지.”

 

말이란 늘 이렇다. 저 짧은 한 문장이 외식하러 나가는 한 가족의 기분을 급속냉동시켜버릴 거라 상상하고 남편이 말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백이 아닌 바에야 항상 상대가 있는 것이 말이라, 내 의도와 상관없는 결과를 낼 때가 있다.

 

어쩌면 아빠는 자신이 처음 데려가는 식당에 아이가 환호해주길 바라는데 핸드폰을 보며 무덤덤한 반응에 심술 아닌 심술이 났던 것은 아닌지 혼자 생각도 해 본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신의 행동을 인정받고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똑같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은 습관이 된다. 차라리 “~함께 가니까 좋지?”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이라고 긍정적 답변을 유도하는 말을 처음부터 건넸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맘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먹는 것 좋아하는 아이의 . 좋지.”라는 말을 시원하게 들었을 텐데.

 

말하기 전에 앞뒤 상황을 잠깐만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감정이 그대로 말이 되어 나오진 않을 것이다. 남편에겐 나갈 준비를 마친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핸드폰에 빠진 것만 더 크게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는 억울하고 대화가 부드러울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것은 오해로 가는 지름길이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바딤 젤란드-

당신이 말한 것에 대해 그가 첫 반응으로서 아뇨라고 한다면, 더 이상 그를 설득해봐야 소용없다. 처음부터 그가 ’“라고 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이 아니오였다고 로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처음부터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내가 내 감정이 일 순위인 것처럼 타인도 자신의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그들에게 바라지 말고 내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질문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알아봐 주길 기다리며 괜히 상처받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