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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4 (수)

황미희의 안전한 행복

아이의 행복


왁자지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노을과 함께 엄마의 손을 잡고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텅빈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온기가 남은 그네가 아쉬운듯 흔들리고 있다.

부모교육때 만난 엄마들에게 물어본다.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으세요?

누구나 말합니다.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다른거 다 필요없고 우리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등 부모가 바라는 기대는 무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행복’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혹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 있을 때?

잘 웃고, 말 잘 듣고, 문제 없이 지낼 때?

그것도 행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고,

진짜 아이의 행복은 훨씬 더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딸아이 수능날, 긴장되면 소화 안될까봐 전복죽을 도시락에 담고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면서 짧게 한마디 건넸다.

“내 딸이어서 참 행복해”

시험장 앞은 부모님들로 너무 복잡했다. 시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차 잘보고 건너오라고 손짓했다. 아이는 멈춘 차를 확인하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무사히 건너온 아이에게 건넨말 “안전하게 잘 건너와서 다행이네”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 가족은 아무도 시험얘기를 하지 않았다.

 

대학 입학후 말합니다.

시험잘쳐라 말 안해줘서 고마웠다고, 또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가채점을 다 해주었다는데 엄마는 점수 나올 때 까지 말없이 기다려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하찮게 느껴질수도 있는 그 전복죽에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낀것일까?

텔레비전 수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얘기는 전복죽 얘기뿐이었다.

행복한 아이는 눈빛이 다르다. 세상을 향해 호기심을 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이에게도 따뜻함을 나눌 줄 안다. 그러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

 

시집간 딸아이는 지금도 얘기한다.

‘차조심해라 낯선사람 따라가지마라...’등 공부라는 말보다 조심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무단횡단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지켜봐 주신 덕분에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힘듬이 행복했었다고 한다.

그랬다 엄마가 내게 늘 하셨던 말씀 ‘넘어질라 조심해라, 다칠라 뛰지말고 천천히 걸어라’라고 했던 엄마의 마음처럼 나 또한 내 아이에게 안전한 행복을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요즈음 초등학교 운동회때 승자가 없이 끝난다고 한다. 지는 팀의 학부모의 민원이 발생할까봐...

자신의 꿈을 엄마에게 물어봐야 대답할 수 있는 아이, 진로는 엄마가 정해준다고 말하는 아이, 수강신청을 못해 엄마가 대신해주는 아이...

 

부모의 ‘기대’가 때론 아이의 ‘불안’이 될수도있다.

엄마가 너무 지나치게 간섭을하고, 너무 많은걸 알려줘야 하고 아이 스스로의 선택도 부모가 하게되고 아이의 감정까지도 부모가 읽어주는 것들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넘어져봐야 일어나는 법을 알 듯이 실패하는 경험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이가 들어 해본다.

우리는 지금 비만인 아이에게 건강을 위해 뭘 먹여야 할까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까?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뭘 빼야 할까가 아이를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행복은 결국, 어른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데서 비롯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 주는 것. 그것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바쁜 하루 중 짧은 대화 속에서,

잠들기 전의 포근한 포옹 속에서,

실수했을 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순간 속에서...

 


 

 

◆ 약력

응급구조사/의료관리자/청소년지도사

/행정안전부안전교육전문인력/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