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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토)

임지윤의 커피 스토리

처음부터 잘 하는 비법

강사님은 처음부터 커피 잘 했어요?”

 

하트가 너무 안 나와요.”

 

 

 

라떼아트를 연습하던 수강생이 살짝 풀 죽은 목소리로 묻는다.

 

사람들 앞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그 수강생 눈에는 내가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런 말을 하는 수강생들에게 나는 늘 에이. 아니죠. 저도 처음엔 못했죠. 누가 처음부터 잘 하나요? 지금 ㅇㅇ님은 그때 저에 비하면 잘 하시는 거예요. 연습 더 꾸준히 하시면 돼요.”라며 위안의 말을 건넨다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잘 하고 성장하는 것이 있을까

 

주말, 산에 오르면서 눈에 들어오는 나뭇잎들, 쨍하도록 푸르른 잎을 보면 나무들이 성장하는 치열한 소리가 들리는 듯한 날이 있다.

 

수강생이 나에게 한 질문이 생각나 피식 웃으며 나무에게 건네 본다.

 

나무야, 너는 처음부터 광합성을 잘 했니?”

 

그러면 나무는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잎을 피워내는 것도 어려운데 광합성이 쉬웠겠니?”

 

뿌리로 세차게 영양분을 흡수하고 온 잎을 잔뜩 펴 햇빛 받으며 광합성도 해야 하고, 해충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피토케미컬 물질을 만드는 중이야. 이렇게 나를 지켜내며 조금씩 매일 성장하고 있는 거야.” 

 

수강생의 질문을 바꿔서 나무에게 다시 물어본다.

 

나무야, 너는 광합성을 잘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니?”

 

그러면 나무는 아마도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일단 잎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을 버텨야 했어. 조용히 땅이 녹는 소리를 듣고, 가지 위에 눈이 녹는 소리를 들으며 때가 됐음을 알고 온 힘을 다해 새순을 틔웠지. 그렇게 한 잎 한 잎 틔운 새순들이 늘어날 때마다 뿌리를 더 깊고 넓게 뻗어 땅속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했지. 그리고 잎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피토케미컬 물질도 함께 만들면서 말이야.”

 

잘 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면 타인의 현재 모습, 타인의 결과로 향한 비교의 시선을 나의 현재로 옮겨보면 어떨까? 그리고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나는 왜 하트가 안 그려질까?”

 

하트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을까요?”

 

강사님은 라떼아트 잘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어요?

 

 

그러면 나는 나무처럼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트를 잘 띄우고 싶다면 스티밍(steaming)을 잘 해야 해요. 공기주입을 할 때는 공기가 들어가는 소리부터 잘 들으셔야 하죠. 너무 과하거나 적지 않게 말이에요. 그리고 공기주입이 끝나면 혼합(롤링)을 할 때가 됐음을 알고 들어간 공기가 조용히 깨질 수 있도록 스팀피처(steaming pitcher) 안에서 둥글게 소용돌이치는 우유의 표면을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온도체크를 하고 스티밍을 멈춰야 하트를 띄우기 적합한 폼(foam)이 된답니다.”

 

(Foam)의 유형

 

웻폼(Wet foam)

 

거품과 거품 사이에 우유가 많이 있는 형태로 미세한 공기 거품과 우유가 혼합되어 있어 크리미(creamy)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폼이다.

 

드라이폼(Dry foam)

 

거품과 거품 사이에 우유가 없이 거품만 있는 형태로 공기 입자의 크기도 제각각으로

 

육안으로 거친 거품 입자가 보이고 거친 질감을 갖고 있는 폼이다

 

 

그리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씀드릴까요?

 

중요한 건 하트는 내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유가 흘러가면서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주인공인 우유가 하트를 잘 그릴 수 있도록 관찰했어요.”

 

스티밍된 우유가 크레마층을 깨끗하게 깨주면서 잔을 채워주는 안정화 작업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잔을 채우고 난 다음 잔의 정해진 위치와 높이에서 우유를 흘려보내 주는 푸어링(pouring) 단계에서 우유가 적당한 유량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 우유만 바라보는 노력을 했어요.”

 

우유가 하트를 그리기에 좋은 조건을 스티밍으로 만들고, 안정화와 푸어링 단계에서는 우유만 바라보면서 우유에 집중하는 노력을 했어요.”

 

나를 내려놓고 주인공인 우유를 보면서 우유가 크레마층 위에서 흘러갈 수 있는 조건과 약속을 지켜내려는 집중, 흘러가고 있는 우유를 바라보는 노력을 하면 라떼아트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