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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월)

임지윤의 커피스토리

나와 결이 다른 커피를 마실 때

커피 한 잔의 가치는 

 

그것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비롯된다

 

데이비드 린치 -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오고가는 말의 온도에서 나와 결이 맞는지 알 수 있다. 커피도 그러하다.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넣으면 나와 결이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다.

 

 

산미가 있어 나와는 결이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커피, 쓴맛이 강해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커피.

 

오늘은 커피의 결을, 나에게 맞추는 레시피를 배우는 브루잉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내리쬐는 햇볕과 열기로 가득 찬 길을 가로질러 양손에 원두 박스를 들고 학원 본관 건물에서 별관으로 이동한다.

 

 

브루잉 수업에 필요한 기물들을 준비해 놓고, 에어컨의 온도를 확인하고 수강생들을 기다리며 오늘 브루잉 수업엔 어떤 원두를 사용할까 살펴본다.

 

박스 안에 로스팅 일자, 생산지역, 가공방식, 배전도가 적혀있는 원두 봉투들을 보니 오늘은 인도네시아로 커피 여행을 떠나 볼까싶은 생각이 든다.

 

 

수업 시간이 되고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눈 후 물줄기 연습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조용한 강의실은 드리퍼 안에 닿는 물 소리, 서버를 통해 흐르는 물소리로 작은 개울들이 생긴 듯하다.

 

10분쯤 지나니 선생님, 힘들어요.”라며 드립포트를 내려놓는 수강생이 있다.

 

겨울이면 뉘엿뉘엿 해가 질 시간이지만 한 여름 무더위에 학원에 나와 물줄기 연습을 하면 힘들고 지칠 법도 하다.

 

커피 한 잔을 내려 건네주면서 인도네시아 커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브루잉 수업에서 사용할 원두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생두의 크기부터가 커요.”

 

인도네시아 커피를 남성적이라고 표현하죠. 저도 인도네시아 커피를 마시면 덩치가 크고 육중한 남성의 이미지가 떠올라요. 지금 마시는 인도네시아 커피의 산미와 바디감을 한 번 느껴보시겠어요?”

 

 

바디감(Body)은 커피를 마셨을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무게감과 질감을 뜻한다.

 

질감은 마우스필(Mouthfeel)이라고도 하며 커피에서 느껴지는 밀도, 떫은 정도를 의미한다.

 

써요” “제 입에는 별로예요

 

인도네시아 커피를 맛본 수강생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동안 마셨던 커피와는 결이 다르죠?”

 

오늘은 이 인도네시아 커피를 물의 온도를 달리해 커피의 향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껴보는 시간이에요. 쓰고 내 스타일이 아닌 인도네시아 커피가 나와 결이 맞는 커피가 되도록 브루잉을 해볼까요?.”

 

 

 

물을 끓이고 분쇄된 원두가루를 수강생들에게 건넨다.

 

브루잉에 권장되는 물의 온도는 SCA기준 90°C~96°C 사이로 물의 온도는 브루잉 할 원

 

두의 배전도와 생산지역, 가공방식 등을 고려해 정하게 된다.

 

그 외에도 브루잉을 할 때는 원두가루의 양과 부어주는 물의 비율, 분쇄도 정도, 추출 시간, 물의 온도, 난류, 수질, 필터지의 종류도 고려해야 한다.

 

 

온도를 달리하며 브루잉을 하고,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아 맛이 없다고 생각한 커피의 향미를 음미하니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이해보단 오해가 깊어지고, 대화가 소통의 수단이 아닌 강요로 느껴져 만나기가 꺼려지는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겐 인도네시아 커피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서로 다르다, 결이 맞지 않다 판단하고 편견을 갖기보단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나의 온도를 바꾸어보면 어떨까,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대화의 방식, 사용하는 언어를 달리해 다가 가볼까 라는 생각이 커피의 묵직한 바디감과 함께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인도네시아 커피의 묵직한 쓴맛이 나에게 결이 맞는 맛으로 느껴지게 하는 물의 온도가 있듯 그녀와 나도 결이 맞아지는 언어의 온도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