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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김연희 작가 에세이

다시 일어서는 시간

 



난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 한 번씩 얼토당토않은 꿈을 꾸다 깨어선 황당해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오늘 새벽의 꿈은 너무 생생했고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잠을 깨고 나서도 한참을 복잡한 마음으로 누워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하염없이 울음을 토해냈다. 주변엔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가 있었고, 공부를 함께하는 동료들이 수십 명이 있었다. 선생님과 학생의 질문과 답변 시간이 이어졌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지금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흐느끼듯이. 그리고 주저리주저리 하소연하듯 뱉어내는 말은 눈물과 울음이 삼켜버린다. 그때 함께 있던 선생님과 동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꿈속이었지만 나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잠에서 깨어났다.

 

현실에서의 고민이 그대로 꿈속으로 옮겨졌고, 그 안에서 함께 울어주던 그들에게서 묘한 안도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말 대신에 눈물과 침묵으로 있어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나고 어느새 2주일이 지났다. 연세도 있으셨고 오래 아프셨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했겠다며 위로의 말을 하지만, 이별은 준비가 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며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잠시 미루었던 일들을 다시 하고 사람들을 만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사를 한다.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아무리 슬픈 일이 닥쳐도 하루 24시간 내내 슬프지는 않더라.” 그랬다. 나 역시 순간순간 괜찮은 것처럼 보였고 스스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괜찮은 것 같았지만 괜찮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글을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어떤 시작을 해도 결국엔 엄마에게로 가 닿았고, 내가 쓰는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작 쓰고 싶은 글을 못 쓰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으리라.

 

오로지 쓸 수 있는 글은 엄마와 함께한 시간과 엄마가 떠난 후 며칠 동안의 일 뿐이었다. 이 상실에서 내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엄마는 내가 무엇을 배우길 바라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홀로 끄적여 보는 게 전부다. 지금 쓸 수 있는 유일한 글이 이것뿐이라 하더라도 혼자 삼키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혼란스럽고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은 꿈속에서 말없이 울어주던 사람들에게서 따스한 위로를 느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저 너의 슬픔을 함께 해 주겠다는 깊은 공감이 말이 없어도 진하게 전해졌다.

 

지금도,

“괜찮아?”라는 질문에

“응. 괜찮아.”라고 답을 하겠지만,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글을 쓰지 못해 며칠을 노트북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며 힘들어하는 나에게, 오늘 아침은 ‘이제는 글을 써도 되겠다.’라며 내가 나에게 길을 열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지나친 비약인가?

 

꿈속에서 미처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한 사람들은 어쩌면 지금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고 지켜주며 묵묵히 응원하고 있는 그들이었으리라. 그만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리라고 말이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