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4.3℃흐림
  • 강릉 25.7℃흐림
  • 서울 26.7℃흐림
  • 대전 29.9℃구름많음
  • 대구 32.5℃흐림
  • 울산 28.7℃맑음
  • 광주 31.4℃구름많음
  • 부산 29.6℃맑음
  • 고창 29.2℃맑음
  • 제주 30.3℃구름많음
  • 강화 25.9℃흐림
  • 보은 29.1℃구름많음
  • 금산 29.9℃구름많음
  • 강진군 30.7℃맑음
  • 경주시 31.2℃맑음
  • 거제 28.9℃맑음
기상청 제공

2024.09.13 (금)

김연희 작가 에세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정말 잘 걷는다.”

라는 말이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는 내 등 뒤에서 들린다. 눈앞에 출발 지점에서 10km를 걸어왔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산길을 앞서서 묵묵히 가고 있는 나를 보고 지인이 하는 말이다.

 

지인과 집에서 가까운 산을 찾았다. 산 중턱까지 완만하게 둘레길로 연결되어 있지만,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은 구간 구간 어김없이 나타나 숨을 헐떡이게 하고, 몇 시간째 걷고 있는 우리에겐 평지 또한 만만하지 않다.

 

산을 다 내려가기 위해 이 길을 끝까지 간다면 둘레길 한 바퀴, 14.5km를 걷는 셈이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다. 보통 7km를 걷는 나는 큰 욕심 없이 오늘도 딱 그 정도만 예상했지만, 지인은 한 바퀴를 돌아보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그래, 그렇게 해 보고 싶다면 해 보자.”

 

한낮의 태양은 불타는 듯이 뜨거웠지만, 다행히 산길은 우거진 나무의 초록 잎들이 햇살을 다 받아내며 그늘까지 만들어준다. 처음엔 지인과 나란히 걷는다. 그러다 급경사의 오르막을 만나 헐떡이고 다시 평지를 걷고 내리막을 수월하게 통과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에 기쁨의 탄성을 지르고, 짙어가는 나뭇잎을 보며 행복해한다.

 

어느샌가 지인은 저만치 뒤에서 오고 있고, 7km 정도를 넘어가며 내 다리는 그만 걷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 남은 거리가 7.5km. 왔던 만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그만큼을 더 걸을까 싶은 마음에 막막한 기분까지 들자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허리도 끊어질 듯 아프고, 주저앉고 싶다.

 

 

그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걷는 것밖에 없네.”라고 나에게 답을 한다. 사실은 정말 쉬고 싶고 걷기 싫었지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걷는 것뿐이었다. 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걸어서 내려가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묵묵히 걸으며 목표를 작은 구간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길목마다 있는 이정표에는 바로 앞의 지점에 대한 거리가 표시되어 있기 마련이다. “○○고개 1km”라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렇게 바로 앞에 있는 장소를 목적지로 정하고 도착하면 다음 장소를 목적지로 한다. 그러자 한결 가볍고 부담 없는 마음으로 걷고 걸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산 아래에 도착한다. 변하지 않는 상황에 내 태도를 바꾸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으리라.

 

어느 책에선가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라는 문장을 본 후부터 때때로 나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산에서 걷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었기에 내가 그렇게 한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삶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들며 언제나 유용하다.

 

난 내 삶이 극적으로 변하리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늘 지금보다는 변화하는 자신을 꿈꾼다. 그 일이 무엇이었든 지금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하지 않고 언제나 주시하면서 말이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