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전중등교장협의회 회장 윤장순(대전고등학교장)입니다.
"미래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요?"
콩나물 교실과 주입식 교육에서 열린 교육으로, 참여자형 수업에서 에듀테크까지 교실 환경은 거듭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래 교육의 방향과 디지털 대전환의 기조 아래,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교과서도 디지털과 AI의 도입으로 변화의 첫발을 내디딜 것입니다.
과학철학 분야에서 토머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자신의 책 속에서 처음으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과학사의 굵직한 변화를 설명했습니다. 시대의 조류가 변하는 것은 두 힘의 상호 작용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원심력과 구심력입니다.
다들 원심력은 힘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힘입니다. 기존의 틀에서 변화를 야기하는 힘입니다. 반면 구심력은 힘의 중심을 지키는 힘입니다. 이러한 원심력과 구심력 중 어느 한 힘이라도 사라지면 어떤 변화라도 그 속도나 방향을 잃게 됩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는 비유하자면 하나의 원심력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무리 디지털 대전환이라도 혁신적인 변화라 할 지라도 그것이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펼져진다면 우리는 구심력을, 중심을, 지켜야 하는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 인성 교육의 중요성
"인성 교육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대전 지역 중등학교에서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제가 참 좋아하는 순 우리말 중 하나는 ‘답다’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 중 ‘군군 신신, 부부, 자자’와 일맥 상통하는 말입니다. 학생은 학생답게, 교사는 교사답게, 저 같은 교장은 교장답게 일상을 꾸려가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각자의 ‘답다 혹은 다움’은 항상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서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부탁드리는 말씀 중 가장 힘주어 말씀드리는 것이 ‘수업머리 교육’입니다. 자식으로써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배우는 학생으로써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 이러한 마음들을 수업 첫 머리에 한 마디씩 하며 수업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사람을 향한 마음이 교육의 변화 가운데 잃지 않아야 할, 언제든 지켜야 할 중요한 구심력이라 생각합니다. 구심력을 잃은 교육은 핵심을 잃은 화려한 껍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
"학생 인권과 교권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무엇인가요?"
인권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입니다.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기에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인권의 주체이므로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보호되어야 합니다.
교권은 교사가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위와 지위를 의미하며,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는 일부 교사가 무분별한 체벌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였지만,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정 등과 같이 학생인권 침해를 엄격히 금하고 있는 여러 장치들이 마련되었습니다.
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이라는 주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교육공동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는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배려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에 초점을 두고 갈등 해결을 위해 학생,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방법적인 면에선, 잘못된 행동을 해결할 때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깨진 관계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두는 ‘회복적 정의’ 관점을 견지하며, 학생 및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사자 간 대화로 갈등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지원과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 등이 조화롭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향후 비전
"AI 나 디지털 기술이 교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주도하고 싶으신가요?"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의 과학의 기술 발전에 따라 미래의 인간상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계와 달리 인간이 지닌 고유의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핵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중,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신장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자기 주도성, 창의성, 민주시민의식’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변화무쌍한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본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역량을 함양하도록, 학생 주도의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빅 데이터의 발전으로 검색만으로 이 세상의 많은 지식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이 함양되도록 학교의 활동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주시민의식에서 연상되는 단어는 합리적 사고, 대화와 토론 과정의 중시, 관용정신, 양보와 타협, 그리고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함양되기 위해선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일례로 본교는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학교 규칙 제·개정을 실시하여 권한과 책임이 상호존중되는 생활지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 자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4無운동(학교폭력, 휴대폰, 수업시간 조는 학생, 담배연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져 학생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대전중등교장협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이종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