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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3 (목)

최홍석 칼럼 - 재앙(災殃)

미국 캐나다 또는 호주 등의 규모에 비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례(前例)를 찾기 힘든 산불이 한반도의 동쪽을 열흘 넘게 살랐다. 뉴스를 통해 보는 장면은 흡사 재난 영화 같았다.

 

재앙에 처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위태로움을 나타내는 말로 ‘누란지위(累卵之危)’니 ‘백척간두(百尺竿頭)’니 하는 말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정치 경제 안보 질병 자연재해 등 어느 것 하나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다.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에 놓여 있으며 정치계는 안개 속에서 연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고 있다. 그 사이에 경제는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으며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일 년 가까이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으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안보도 걱정이 된다. 거기에다 사람이나 가축들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는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난여름의 폭염이 올해는 어떠한 기록으로 찾아올지, 우리에게 아름다운 봄이 있었다는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국제 사회도 어려움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엊그제 미얀마에서 진도 7.7의 강진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고 그 여파로 멀리 떨어진 방콕의 건물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이런 소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얼마나한 사람들이 죽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할까. 지진과 태풍의 빈도와 위력은 얼마나 기록을 갈아치울까. 극지의 빙산은 얼마나 녹아내릴는지 그로인해 해수면은 얼마나 높아질 것인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관세전쟁의 여파로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보다 우리를 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출구가 있기는 할 텐데 찾을 수가 없다. ‘재앙’ 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는 ‘Disastar’ 인데 ‘별이 사라지다.’라는 뜻이다. 옛날 나침반이나 GPS가 없던 시절 북극성을 보고 항로를 찾던 선원들에게는 구름이 끼어 별이 사라지는 것이 재앙이었던 것이다. 가슴 속에 자신을 인도할 별을 잃은 인류는 재앙을 당하여 암흑 속에서 허둥대고 있다. 각자의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해결책이 있고 나아갈 방향이 명료하다면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해결책도 방향도 없다. 재앙이다.

 

그것은 종교가 제 역할을 못하고 교육이 절름발이가 되어 바람직한 사람을 길러내지 못하는 까닭이다. 인류의 정신적 지주이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종교가 정치와 야합하거나 부의 축적과 세력 확장에만 전념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고, 사회를 염려해야 할 종교계가 사회의 근심이 되고 있다. 한편 인문학과 인성교육이 결여된 교육은 기형적인 인간을 길러내고 있다.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고 인성과 논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균형 잡힌 교육이 될 터인데 현재 우리의 교육은 예리하지만 지나치게 냉철한 그래서 현실에 밝지만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인간을 양산하는 것이다. 종교계의 문제도 결국은 교육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좋은 자동차란 얼마나 멋진 외관을 가졌느냐 시속 몇 킬로를 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한가 얼마나 제동이 잘 되느냐가 보다 중요한 관건이듯이 건강한 사회 바람직한 사람이란 방향도 모른 채 남보다 앞서 달리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아가며 필요한 때에 자신을 잘 제어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인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사대의 흐름만을 좇는다는 것은 조류를 따라 표류하는 배와 같은 것이다. 별을 따라 때로는 바람과 싸우고 때로는 조류를 거슬러 노를 저어야 한다. 그래서 선인들은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던 것이다.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