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가명)라는 아이와 속엣 말을 하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너는 장래 희망이 무엇이야?” “경찰이요.” “아, 그래. 특별히 경찰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느냐?” “아버지를 잡아 가둘 거요.” “.....” 아이는 이마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 이마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학원을 안 갔다고 골프채로 맞아 이마가 쪼개지다시피 한 흉터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맞은 기억만 있다고 했다. 민수는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 드물게 보는 힘든 아이였다. 담임과 상담교사와 교감을 거쳐 나한테까지 왔다. 부모에 대한 강한 증오와 열등감으로 뒤틀려 있었고 외모 콤플렉스로 사시사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기 전이었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력감뿐이었고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아 모든 선생님들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실은 내가 동의하면 자퇴를 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무동력선을 보는 듯 했다. 나는 민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네가 너무 힘들어하니 하루에 한 시간은 아무 조건 없이 내 방에 와서 쉬게 해주마. 내가 교과 선생님께는 상담을 한다고 해 줄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도 수학도 아니고 그저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 말(BC260), 즉,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 얼마 전 진(秦)나라는 조나라를 침공했다. 조나라의 기둥인 인상여는 늙어 병들었고 명장인 조사(趙奢)는 죽었고 염파만 남아서 조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백전노장인 염파는 적의 어떠한 술책에도 동요하지 않고 굳게 수비만 했다. 진나라의 장수는 역사에 유명한 ‘백기’라는 장수였으나 염파의 수비를 뚫을 수가 없었다. 난공불락 조나라의 수비에 점점 힘이 빠지고 지쳐만 갔다. 그래서 거짓소문을 퍼뜨렸다. “염파는 겁쟁이라 겁낼 것이 없지만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수가 된다면 큰일이다. 그는 병서를 많이 읽어 병법에 정통한 사람이다.” 조나라의 혜문왕은 그 소문을 듣고 인상여가 “조괄이 똑똑하기는 하나 경험이 없습니다. 이는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놓고 연주하는 것처럼 현실에선 응용할 줄 모르니 염파 장군을 그대로 두십시오. 아군의 2배나 되는 진나라 군세를 보면 잘 지키는 게 이기는 일입니다.”하며 간곡히 말렸건만 염파를 직위해제하고 조사를 새로운 장수로 기용했다. 그러자 조사의 미망인이자 조괄의 어머니도 왕에게 그 처사가 부당함을 눈물로 간언을 했다. “제 자식 놈은 책만 몇 권 읽었을 뿐으로
크든 작든 그것이 과일이든 가구이든 거래 후에 기분이 좋고 흐뭇했다면 플러스알파 때문일 것이다. 제 값을 주고 정당하게 거래 했다면 특별히 기분 좋을 일은 아니다. 덤을 받았다든지 주인이 친절했다든지 가격표에 기재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 수학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이들은 들떠서 준비물들을 챙기고 계획을 세우느라 생기가 넘치는데 K는 점점 어두워 갔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대신 무단결석을 하지 않기 위해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을 하겠노라고 했단다. 늘 쾌활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인데 가정 형편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엄마도 건강하지 못한데 가뜩이나 여러 해째 누어있는 오빠가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언니는 학교를 중단하고 가출을 하여 어지간히 부모님 속을 썩이고 있다. 아버지는 괘념치 말고 다녀오라고 한다는데 속 깊은 아이는 수학여행이 호사(豪奢)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책 회의 끝에 학교에서 장학금을 줘 수학여행을 보내주자고 결의를 했으나 아이는 한사코 사양을 했다. 문득 일전에 읽었던 탈무드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19세기의 위대한 학자이자 랍비였던 ‘요셉 도브 솔로베이치크’가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있는데 한 농부가 그에게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그때 일을 생각하며 고소(苦笑)를 짓지만 상당 기간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얼굴이 뜨뜻했던 사건이 있다. 아주 오래 전 교직에 첫발을 디뎠던 때, 군을 제대한 것이 엊그제이고 대학을 갓 졸업했던 때, 그래서 의욕이 넘치고 마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던 그 때, 고1 담임을 했었다. 학교에서는 해마다 의례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캠핑을 가곤 했는데 그해에도 어김없이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으로 캠핑을 떠났다. 배낭을 비롯한 개인 짐들이 많고 캠프파이어용 화목도 챙기고 하다 보니 짐차가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줄 간식용 수박을 사서 남학생들에게 한 덩이씩 맡기며 조심해서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남짓 이동하는 동안 차가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과장된 행동을 하며 일부러 깨뜨려 먹어버리곤 했다.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모처럼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은 영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순식간에 서너 통의 수박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군기를 잡아야만 2박 3일이 순조로울 것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집합을 시키고 캠프파이어용 장작더미에서 몽둥이를 꺼내어 들고 군대식으로 벌을 주기 시작했다. 뜀뛰기도
미국 캐나다 또는 호주 등의 규모에 비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례(前例)를 찾기 힘든 산불이 한반도의 동쪽을 열흘 넘게 살랐다. 뉴스를 통해 보는 장면은 흡사 재난 영화 같았다. 재앙에 처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위태로움을 나타내는 말로 ‘누란지위(累卵之危)’니 ‘백척간두(百尺竿頭)’니 하는 말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정치 경제 안보 질병 자연재해 등 어느 것 하나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다.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에 놓여 있으며 정치계는 안개 속에서 연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고 있다. 그 사이에 경제는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으며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일 년 가까이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으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안보도 걱정이 된다. 거기에다 사람이나 가축들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는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난여름의 폭염이 올해는 어떠한 기록으로 찾아올지, 우리에게 아름다운 봄이 있었다는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국제 사회도 어려움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엊그제 미얀마에서 진도 7.7의 강진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고 그
갑진년 값진 한 해가 벌써 지나가고 을사년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일주일이지났지만 곧 구정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 인사의 글을 올려도 늦지는 않아 현직에서 학생들에게 신년사로 한 번씩 했던 “근하신년”을 내 방식대로 풀이해 보고자 한다.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찬 한해의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멋진 한 해, 새로운 나로 태어나 보겠다고 굳은 약속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아예 이루지 못한 과거의 습관 때문에 새해 결심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도 많다. 아일랜드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인 오스카 외일드는 ‘“새해 결심의 결과는 결국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고, 어떤 성과(成果)심리학 전문가는 ’새해 결심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루지 못한 이유에 대해 “ 자신을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해가 되면 연하장을 주고 받는데 ‘근하신년’이란 말을 가장 많이 쓴다. 사전적 의미는 “삼가 새해를 축하 한다”는 뜻이지만, 그 네 글자를 나의 억지 방식으로 풀이해 보면 참 좋은 덕담이 된다. 첫째 근(謹)은 삼갈 근으로 言 +(근)의 합성으로 말을 삼가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옛날 우리 성현들은 스스로 말을 조심하고 경계하며 삼가는 말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값은 아무래도 싼 쪽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한국인의 소울인 소주는 마트에서 산다면 2천 원 내외로 구입 가능하다. (물론 식당에서 마신다면 좀 더 비쌀 것이다) 이런 소주와 대비되는 것이 바로 와인의 가격이다. 와인도 저렴한 것은 1만 원 이하에서 충분히 구입 가능하나, 괜찮은 품질의 와인을 먹으려면 2~3만 원은 지불해야 하며, 특히나 비싼 건 수억 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 겨우 750ml의 알코올이 이렇게나 비싼 일일까? 싶기도 하다. 2018년 10월 13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1945년산 프랑스 최고급 와인 한 병이 6억 원이 넘는 역대 최고가에 낙찰된 것이다. 그 전설의 와인은 바로 '최고급 와인'의 대명사 '로마네 꽁띠(Romanée-Conti)' 1945년 빈티지가 55만 8천 달러(약 6억 3천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엄청난 가격의 대명사, 누구나 마시고 싶어 하지만 마실 수 없는 전설의 와인, 로마네 꽁띠를 소개하고자 한다. 로마네 꽁띠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 마을의 특급 밭(Grand Cru)인 로마네 꽁띠에서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