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출 때, 몸은 비로소 회복 된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통계학적 법칙을 말한다. 즉 한 건의 대형 사고는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사소한 증상이 사전에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칙은 주로 산업재해 예방에서 인용되는 이론이지만, 우리 건강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측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몸은 피로가 누적되면 쉬어야 한다는 작은 경고를 끊임없이 보낸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쉽게 치료할 수 있었던 작은 통증이 더 큰 고통으로 이어져 일상생활까지 어렵게 한다.
며칠 전 아침 식사시간, 불편한 느낌이 든다. 거울을 보니 혀에 작은 돌기들이 이러한 느낌을 만든 것 같다. 저마다 취약한 곳이 다르지만, 나의 경우 피로가 쌓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증상, 구내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럴 땐 하루 이틀 휴식을 취하고 나면 쉽게 사라질 증상이지만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찬 나는 차마 휴식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한다. 결국, 일정에 떠밀린 채, 몸이 애써 보내온 신호를 외면하곤 한다.
처음엔 아주 작은 크기로 시작된 혀의 돌기가 점점 커지고, 아물지 않은 상처는 깊게 파여 광범위하게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급기야 음식을 먹을 수도, 말을 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된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나는 항생제와 수액 처방을 받고 침대에서 강제적인 ‘쉼’을 대면한다. 완전히 방전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쉼과의 대화는 여유롭게 이어질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는 가치관과 함께 자라왔다. 쉼이란 마치 사치라 여기며 직무유기 정도로 치부하며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보면, 진정 나와의 대화, 쉼이란 정의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계속 가동시킬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않았을 때 혈관은 수축된 상태를 유지하여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며, 혈액 속 염증물질(CRP)도 증가하여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때 면역 세포의 기능 역시 떨어져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피로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근육통,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가 쌓이게 된다.
결국 휴식이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우리 몸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하인리히 법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300건의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결국 1건의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피로감, 작은 통증, 사소한 컨디션 저하는 모두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다 보면, 강제로 멈춰 서야 하는 상황이 온다.
물론 현실적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큰 병으로 쓰러져 긴 시간을 잃는 것보다, 작은 신호에 귀 기울여 짧은 휴식을 자주 갖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휴식을 게으름이나 낭비가 아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에 민감해지고, 그것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