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의 문턱을 낮추는 작은 계기- 팬 문화가 만든 변화
헌혈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직 경험이 없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주사바늘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고, 어쩌면 헌혈과 관련된 의미 없는 불안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그저 기회가 없어서 일수도 있겠죠. 맞아요. 무언가 처음 시도할 때는 작은 계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자의든 타의든 경험을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말이죠.
최근 유명한 기획사의 제안으로 이색적인 헌혈 이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엔 하이픈이라는 그룹인데요. 이들의 모티브가 ‘뱀파이어’라고 합니다. 피를 마시는 가수와 헌혈과의 연결, 참 흥미롭지 않나요? 서울에 있는 일부 헌혈의 집에서만 진행된 헌혈 이벤트인데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센터도 포함되었습니다.
헌혈하면 그룹 멤버들의 미공개 포토카드와 ‘blood bite’글자가 새겨진 초콜릿을 증정하는 거예요. 게다가 헌혈의 집 내부에는 앨범과 그들의 사진, 소품들로 특별한 공간연출도 하였습니다. 경험과 재미를 함께 할 수 있게 말이죠.
이 특별한 프로모션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10대, 20대 팬클럽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울릉도에서 무려 11시간이나 배와 버스를 타고 온 고등학생도 있었고요.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을 위해 용기 내어 처음 발걸음 하신 어머니도 계셨습니다. 또 헌혈을 하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아르바이트 후 달려 온 오빠, 그리고 사춘기 딸과의 약속을 위해 군 제대 후 30년 만에 헌혈의 집을 방문하신 아버지도 계셨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팔을 걷고 아픔도 참는 용기를 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때론 우리의 행동을 주저하게 만들지요. 하지만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었음을 깨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헌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에서 전해오는 부정적인 말들은 헌혈의 집을 찾아오는 길을 망설이게 만들죠.
그래서 이러한 재미있는 접근방식은 평소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혈은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고귀한 일임을 알게 만드는 살아있는 교육이기도 합니다.
프로모션 기간 중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헌혈해주셨고, 이는 평소 헌혈량의 2배를 훌쩍 넘었습니다. 특히 첫 헌혈이 38% 이상을 차지해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헌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은 추후 재 헌혈로 이어질 가능성을 더 높이니까요.
10일간 이어진 행사로 저를 포함한 직원들의 피곤은 쌓였지만, 이번 기회로 시민들의 관심과 소중한 나눔이란 인식 또한 점차 쌓여 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나의 작은 배려가 누군가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발걸음, 5분간의 채혈은 세상을 더 밝게 만드는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시작에서 저희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