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0 (금)

기억(記憶)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모든 기억은 우리의 뇌가 담당한다고 믿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이 이론은 더욱 정교해져 우리가 습득한 정보는 단기기억 장치인 해마(Hippocampus)에 저장 되었다가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분산 저장되며 감정(공포, 기쁨 등) 기억은 편도체(Amygdala)에, 운동 기억(자전거 타기, 타자 치기 등)은 소뇌와 기저핵에 저장된다는 디테일한 사실도 알아내게 되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예컨대 심장을 이식한 사람이 전에는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심장의 전 주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한 사람은 갑자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는데 사이클 선수였던 이의 심장을 이식 받았다는 실례(實例)도 있었으며 또 어떤 이는 난생 처음 마주한 그림에 무척 강하게 끌렸는데 놀랍게도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생전에 그린 그림이었다는 실화도 외국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도 있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오빠는 양파를 싫어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신장을 이식 받고 난 후 갑자기 양파를 좋아 했는데 그 이유는 중국인의 신장을 이식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로 미루어 그 중국인이 양파를 좋아했으리라는 추측은 할 수 있으나 그렇다면 그것을 신장이 기억하고 있다는 말인지 심장이나 신장 등 뇌가 아닌 다른 장기들도 기억을 하는 기능이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신비들 중 하나이다.

 

그래서 지식적으로 안다고 해도 몸으로 체득함만 못하고 이론으로 안다고 하여 생활화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인가 보다. 그것이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본능적인 행동이 나오게 되는 까닭이리라. 혹자는 ‘어떤 암환자가 모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모든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후에 그 병원에 가니 항암의 고통이 되살아나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구토를 하더라’는 예를 들면서 뇌뿐 아니라 몸이 기억을 하고 있더라는 강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특히나 세월이 흘러도 추억이 될 수 없는 기억은 우리 몸이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생각뿐만 아니라 체질까지가 바뀌어야 하나 보다.

 

“내 혈관 속에는 피 대신에 코카콜라가 흐른다!” 오늘의 세계적인 코카콜라를 만든 로버트 우드러프(Robert Woodruff, 1889~1985)의 고백이다. 어떤 축구선수는 ‘날이 좋으면 종일 축구를 하고 잠들 때도 축구 생각을 하며 잠들었고 비가 오면 축구 영상을 보았다.’고 한다. 논어 『자한편』에 ‘미치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의 글이 있고 어떤 이는 이를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표현 했거니와 코카콜라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드러프나 축구선수, 그들의 생각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뇌가 기억하는 것은 세월이 가면 잊히기도 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것은 잊히지 않는다. 내 할머니는 내가 철책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은 못했는데 뇌출혈로 쓰러져 8일 동안 혼수상태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아무 말씀도 못하셨지만 허공에 팔을 저으며 김을 매고 밀가루 반죽을 하셨다고 한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새긴 유태인들의 다짐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들은 용서는 하지 못하면서 너무 쉽게 잊는다. 그래서 불행한 역사는 끝없이 반복된다. 일본 맥주 수입은 갈수록 늘고 관광객은 증가한다. 그러나 과거 청산은 하지 못하고 있다. 청산은 고사하고 독도는 여전히 시빗거리로 남아있어서 분쟁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역사인식을 너무 머리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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