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8 (토)

[신년 특별대담] 김지철 충남교육감 “미래교육의 해답-현장의 바텀업(Bottom-up) 혁신”

[기자수첩] 현장 교사들과 자체 개발한 ‘온시스템’, 그리고 교육민주화의 힘

[취재 이종우기자, 기자수첩 나윤재기자]

 

대한민국교육신문 대담 - 30년 평교사 출신 3선 김지철 교육감을 만나다

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파도 한가운데에 있다.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그리고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교육’은 이제 지역의 생존을 가르는 최전선이 되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자체 개발한 디지털 플랫폼을 전국에 무료로 개방하며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충청남도교육청의 행보가 눈부시다. 본지는 지난 24일 김지철 교육감을 만나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묵직한 담론을 나누었다.

 

 

대담에 앞서, 현장에서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김지철교육감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자수첩’으로 먼저 펼쳐본다.

[기자수첩] 나윤재 기자가 현장에서 본 ‘충남 교육의 3가지 팩트’

■ [온시스템] 58억짜리 ‘외면’ vs 1억으로 빚어낸 ‘기적’

"타 기관은 58억을 들여 업체에 맡겼지만 현장 교사들은 그 프로그램을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장 교사 40~50명과 함께 단 1억 원으로 '온한글'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김지철 교육감의 이 한마디는 묵직했다. 막대한 혈세를 들인 정부의 프로그램이 교사들의 외면을 받는 사이, 충남이 1억원과 교사들의 집단 지성으로 만든 맞춤형 학력 지원 플랫폼 '온시스템'은 현재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구글(Google)로부터 우수성을 인증받은 이 시스템의 소스코드를 타 시도교육청에 과감히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에 기관의 이기주의나 장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단단한 철학이 깔려 있다.

 

■ [교육민주화] 대한민국 참교육을 현실로-30년 평교사의 뚝심

"사실 저는 굉장히 소극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시대의 흐름 앞에서 뒷걸음치며 달아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과거 체벌이 난무하던 억압적인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을 외치며 전교조 충남지부장까지 역임했던 그에게 당시의 소회를 묻자, 뜻밖에도 담담한 고백이 돌아왔다. "가장 늦게 그룹에 들어갔지만 선배들이 이끌어 주었고, 역사와 함께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었습니다." 그의 수업 내용을 두고 경찰서에서 수시로 연락이 오던 험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를 굽히지 않게 한 것은 이념이 아닌 '약자에 대한 부채의식'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택시 운전을 배우려던 그를 대학(영어과)에 밀어 넣은 것은 한 역사 선생님이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 3년간 입주 과외를 하며 학비를 벌었던 그는, 교사가 된 후에도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었다. 초선 시절, 750개 학교 중 무려 700개를 직접 찾아다니며 소외된 학생들을 살폈고, 전국에서 드물게 유·초·중·고 무상교육(3~5세 포함)과 수학여행비 전액 지원 등을 기어코 완성해 냈다. 대담 중 기자의 뇌리에 가장 깊게 박힌 것은 그의 ‘사진 철학’이었다. "행사나 모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저는 항상 사이드(가장자리)에 섭니다. 중앙은 그 자리에 주인공 자리니까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천안 광장의 쓰레기를 묵묵히 치우던 소년. 그가 온몸으로 부딪혀 이뤄낸 ‘교육 민주화’의 본질은 결국, 교육의 중심(中央)을 권력자나 교사가 아닌 ‘학생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었다.

 

 [적정규모학교 사업] 경제 논리가 아닌 '교육 생태계'의 복원

도농 복합 지역인 충남의 가장 큰 위기는 '작은 학교'의 증가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이를 단순한 경제 논리(통폐합)만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작은 학교가 무너지면 마을이 무너진다는 뼈저린 인식 아래, 충남은 '적정규모학교 육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맹목적인 폐교 대신 소규모 학교 공동 운영 모델을 도입하고, 생태·예술 등 학교별 특색을 살려 도심의 아이들이 거꾸로 ‘찾아오는 작은 학교’를 만들어 내며 지역 소멸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담] 대한민국교육신문 대표이사 × 김지철 충남교육감

(대표이사) Q1.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위기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교육 생태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시점에서,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근본적인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지철 교육감) A. "과거와 같은 양적 팽창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공교육의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학교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연계된 촘촘한 돌봄 및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국가가 책임지는 진정한 의미의 책임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향입니다."

 

(대표이사) Q2. 충남교육청은 일찍부터 충남형 통합 플랫폼인 ‘마주온’을 구축하고 AI 교육을 선도해 왔습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충남이 추구하는 'AI 미래교육'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김지철 교육감) A. "가장 큰 경쟁력은 철저히 ‘현장’과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하나로 연결되는 '마주온' 플랫폼과 저희가 자체 개발한 '온시스템'을 통해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기초학력 안전망을 구축하고 학생의 주도적 성장을 돕는 도구로써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대표이사) Q3.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화두인 반면, 스마트 기기 과의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기술 도입과 올바른 활용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지철 교육감) A.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디지털 대전환의 가장 큰 그림자는 글을 읽어도 뜻을 모르는 '책맹(冊盲)' 현상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저희는 전국을 수소문한 끝에 1,670만 개의 어휘를 분석해 문해력 향상 시스템인 '온생각'을 개발했습니다. 첨단 기술 활용 역량과 함께 튼튼한 인문학적 문해력, 그리고 생태환경 교육을 반드시 병행해야만 올바른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 Q4. 내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됩니다. 학생들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반면, 인프라 격차나 대입 제도와의 엇박자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김지철 교육감) A. "핵심은 과목 개설 역량과 교원 수급의 지역 간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있습니다. 충남은 온라인 학교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동교육과정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겉돌지 않도록 맞춤형 진로·진학 설계 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습니다."

 

 

(대표이사) Q5. 도농 복합 지역인 충남은 농어촌의 '작은 학교' 문제가 지역 소멸 위기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충남교육청 차원의 교육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지철 교육감) A.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 곧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는 길입니다. 단순히 통폐합을 능사로 여기지 않고, 충남형 공동교육과정과 소규모 학교 공동 운영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생태, 예술 등)을 운영해, 도심의 아이들이 역으로 ‘찾아오는 학교’를 지자체와 협력하여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Q6. 최근 학생들이 탐구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충남에서도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과정'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계십니다. 향후 교실 수업의 진화를 어떻게 이끌 계획이신지요?

(김지철 교육감) A. "이제 정답을 맞히는 교육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교육'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충남은 ‘충남형 IB 준비학교’를 운영하며 교사들의 수업 및 평가 전문성 신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배우는 ‘충지학(충남학)’과 IB 과정을 융합하여,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안목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것입니다."

 

(대표이사) Q7. 3선 교육감으로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충남 교육을 이끌어오셨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절대 타협하지 않았던 교육감님만의 핵심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김지철 교육감) A. "제 철학의 뿌리는 30년 평교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단 하나,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조금 느린 아이든 모든 아이들의 출발선 평등을 보장해야 합니다. 한 명의 아이가 가진 고유한 빛깔을 존중하고,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학생 중심의 가치만큼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제 삶의 이정표입니다."

 

(대표이사) Q8. 평교사 출신으로서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유독 강조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수평적인 소통 문화가 급변하는 미래 교육 추진에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까?

(김지철 교육감) A.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인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는 수평적이고 허용적인 문화에서만 발현됩니다. 1억 원으로 온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본질적인 힘도 결국 현장 선생님들이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나서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행정이 아니라 교사들의 자발성이 발휘되는 바텀업(Bottom-up) 혁신, 그것이 미래 교육을 이끄는 가장 든든한 백신입니다."

 

(대표이사) Q9. 어느덧 임기 후반부를 지나며 충남 교육의 거대한 숲을 완성해 가고 계십니다. 훗날 도민들에게 어떤 교육감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며, 남기실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지철 교육감) A. "화려한 외형적 치적을 쌓은 사람보다는,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과 행복을 위해 진심을 다했던 교육감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특정 임기에 흔들리지 않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튼튼한 '지속 가능한 충남 미래교육 생태계'를 완벽히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교육이 곧 지역의 희망이자 미래입니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묵묵히 교실을 지키시는 교직원분들, 그리고 도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 [대담을 마치며] 화려한 기술의 시대, 다시 '사람'을 묻다

약 한 시간 남짓 진행된 대담 내내 김지철 교육감의 시선은 단 한 번도 화려한 '실적'이나 딱딱한 '행정'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모든 답변의 끝은 항상 '교실'과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있었다.

수백억 원의 막대한 예산과 첨단 AI 기술만이 교육의 미래를 담보할 것이라 믿는 시대다. 그러나 충남교육청 교육감실에서 확인한 진짜 미래는 조금 달랐다. 58억 원의 외주 개발 대신 현장 교사들의 집단 지성을 믿었던 결단, 화려한 스마트 기기 보급에 앞서 아이들의 문해력(책맹)을 걱정하며 1,670만 개의 단어를 분석해 낸 집념. 그 모든 혁신의 중심에는 결국 30년 평교사 출신 교육자의 따뜻한 뚝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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