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수)

학벌의 장벽을 넘어 ‘기술의 품격’으로 나아가야

​최근 KBS 다큐인사이트 ‘블루칼라 전성시대’를 보며 묵직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화면 속에는 첨단 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자신이 선택한 일에 여유 있게 몰입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눈빛은, 과거 우리가 가졌던 ‘기능직’에 대한 편견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삼성 SDI와 같은 유수한 기업에 당당히 합격하여 예비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기를 대기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실질적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왜 우리는 여전히 70%를 넘나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학 진학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기술을 가진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투쟁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대학 간판이 개인의 능력을 보증하는 잘못된 믿음에 갇혀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적성과 무관하게 대학 진학을 강요받고, 기업은 직무 능력보다는 학벌을 우선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청년 실업과 기업의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미스매치’를 심화시킬 뿐이다. 실제로 직업계고 졸업생의 50% 정도가 여전히 대학 진학에 목을 메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대학에 가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기술로 존중받는 사회’로의 대전환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찍부터 ​무조건적인 대학 진학의 신화를 타파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의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다. 독일은 학교에서의 이론 교육과 기업에서의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이 듀얼 시스템(Dual System)을 통해, 청년들이 10대 후반부터 현장의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마이스터(장인)가 되면 대학 졸업자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사회적, 경제적 대우를 받는다. 이는 학벌이 아닌 ‘숙련도’가 사회적 성공의 척도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때 우리는 이러한 독일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마이스터고’를 집중적으로 설립했지만, 여기에는 사회적인 의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하는 등 독일식이 아닌 한국적 토양에 맞게 이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직업계고가 우리 사회의 핵심 인재의 산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기업-학교 간의 ‘공동 교육과정’의 법제화이다. 현재의 산학협력은 단순한 견학이나 단기 실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부터 직접 참여하여,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커리큘럼을 학교와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 기업은 현장 실습생을 ‘예비 직원’으로 간주하여 교육비와 실습비를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 정규직 채용을 보장하는 ‘채용 조건형’ 모델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력 제한’ 철폐 및 ‘능력 중심 급여 체계’ 구축이다. 이 제도는 공공 부문부터 앞장서 구현해야 한다. 공공기관 채용 시 현재의 ‘블라인드 채용’을 넘어, 고졸 채용자에게 학사 학위자와 동등한 호봉을 부여하는 ‘직무급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민간 기업에서도 ‘기술 수당’이나 ‘마이스터 인센티브’를 법적으로 보장하여, 학벌이 아닌 기술의 가치를 임금에 직접 반영하는 문화를 서둘러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특성화고(직업계고)를 단순히 기존의 기능을 답습하는 곳이 아니라, AI, 로봇,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첨단 산업의 기술 중심지로 재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첨단 기자재 도입은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교사진 역시 현장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개방형 교원 임용제’를 도입하여 교육의 질을 비약적으로 높여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해도, 원한다면 언제든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 학습 경로’를 더욱 유연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재직자 특별전형을 확대하고,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학생들에게 국가가 학비를 전액 지원하여, ‘대학은 고3 때 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대개의 교육 선진국이자 강대국들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블루칼라(Blue-collar)’라는 명칭은 ‘화이트칼라(White-collar)’라는 대척점의 용어인 낡은 유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스마트 칼라(Smart-collar)’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소중한 20대를 낭비하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꿈을 꿀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신만의 길을 닦을 것인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자.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에게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박수를 보내는 순간, 우리 교육은 비로소 본질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전성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주변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격려하여 말하자. “너의 그 기술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힘이다"라고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 위선적 가면을 벗고 100% 진심을 품어야 하고 그로써 기술이 완전하게 품격을 얻는 사회를 창조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고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집중해 공을 들여 가꿔야 할 최선의 교육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 기술이 존중받는 사회가 곧 진정한 선진국임을 잊지 말자.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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