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지 작가 에세이
며칠 전, 한 장의 명함을 받았다. 우연히 받은 명함에 독특한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향기였다. 코끝을 살포시 스치는 라일락 꽃향기가 명함 끝자락에서 느껴졌다. 그 덕분에 어딘지 모르게 안정감이 찾아왔다. “명함에서 좋은 향이 나는데요.” “아. 제가 아침에 실수로 가방에 향수를 쏟았는데 그 향이 명함에도 스며든 것 같아요.” 실수로 쏟은 향수 때문에 명함에서 향기가 나는 상황이 되었지만, 명함의 향으로 이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루에도 수십 장의 명함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은 기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명함을 보고도 상대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전해 받은 명함에서 좋은 향이 난다면, 그 대상을 좀 더 기분 좋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 용어 중에 각인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학자 로렌츠에 의해 유명해진 개념인데, 새끼 오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온 것이다. 새끼 오리들이 한 남성을 종종거리며 따라가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실험의 대표적인 결과이다. 로렌츠는 인공부화기에서 부화시킨 새끼 오리들이 태어난 순간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마치 어미 오리처럼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 대한민국교육신문
- 2024-06-07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