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지 작가 에세이
출근길, 현관문 앞에서 신발장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잠시 망설인다. 구두를 꺼내어 신을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설지를 나름 신중하게 고민하는 순간이다. 오늘 옷차림에는 구두가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두 발은 이미 바닥에 놓인 운동화를 신고 있다. ‘오늘도 걸어서 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운동화가 편하긴 하겠지.’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치마에 구두보다, 바지에 운동화를 더 즐겨 하기 시작한 것은 출퇴근길에 걷기를 시작하고부터이다. 30분 남짓의 시간을 쪼개어 걷는 것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유일하게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처음엔 걱정스러운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 걷기 시작했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 걷다 보면 그 문제가 별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바쁘게 지내느라 크게 여유를 즐기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무엇인가 손에 쥔 것이 없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최근 나를 찾아왔다. 무엇을 했다면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성과라는 것은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대가가 아니라는 것, 애쓴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음을 깨닫다 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 대한민국교육신문
- 2024-07-02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