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지 작가 에세이
신호등 앞에 한 어르신이 리어카에 몸을 기댄 채 앉아있다. 너무나 얇은 몸에 작은 체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작은 몸집에 비해, 리어카에는 폐지와 철근들로 가득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인데,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물건들을 모으셨는지.’ 새벽 내 리어카를 가득 채웠을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오늘은 좀 괜찮은 벌이가 되셨을까.’ 하는 짧은 궁금증이 스쳤지만, 리어카와 어리신의 모습이 마치 거대한 코끼리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것처럼 느껴져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빨간불이었던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하자 어르신은 거대한 리어카를 끌고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너무 큰 무게여서인지 리어카의 바퀴는 아주 천천히 굴러간다. 그러다 툭. 하고 종이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어르신은 상자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파란불이 빨간 불로 바뀔세라 걸음을 재촉한다. ‘저 종이상자 주워드려야겠다.’ 하는 순간, 등굣길인 한 고등학생이 재빠르게 주워 올리고는 묵직한 리어카를 천천히 뒤에서 민다. 스쳐 지나가기 바쁜 어른들 사이에서 먼저 나서는 학생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우리 사회가 누군가를 도울 잠시의 시간도 할애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흘러감에 대한 아쉬
- 대한민국교육신문
- 2024-06-19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