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작가 에세이
얼마 전 비 내리는 토요일. 지역에서 나름 알아주는 쌍화탕 조제 전문점에 들린 적이 있다. 맛을 보라며 따뜻하게 데워진 쌍화탕을 건네는 사장님의 얼굴이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다. 컵을 두 손으로 꼭 잡는 순간 따스함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한 모금 마시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사르르 녹고 마음도 편안하다. 문득 건물 입구에서 촉촉한 5월의 비를 맞으며 탐스럽게 피어있던 작약꽃이 떠오른다. “작약이 활짝 폈어요. 이맘때가 꽃이 한창 필 때인가 봐요?” “그렇죠. 지금 꽃이 이쁘게 필 때죠. 쌍화탕에 작약 뿌리가 들어가요. 그래서 작약밭을 크게 하는데 꽃이 볼 만하죠.” 라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얼굴엔 좋은 재료를 쓴다는 자부심과 작약꽃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생긴 것에서 오는 반가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보인 작은 관심은 의외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가게 여기저기에는 다양한 화초가 자라고 있었고 윤이 날 정도로 반짝이는 화초의 모습에 신기해하자, 사장님은 “좋은 약재 찌꺼기” 덕분이라며 웃으신다. 사장님은 기분이 좋으셨던지 “작약꽃 몇 송이 드릴까요?”라고 하시며 바깥으로 나가신다. 잠시 후 나는 보라색과 흰색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작약꽃 한
- 대한민국교육신문
- 2024-05-27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