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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목)

김연희 작가 에세이

작약꽃이 활짝 피듯이

 

 

얼마 전 비 내리는 토요일. 지역에서 나름 알아주는 쌍화탕 조제 전문점에 들린 적이 있다. 맛을 보라며 따뜻하게 데워진 쌍화탕을 건네는 사장님의 얼굴이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다. 컵을 두 손으로 꼭 잡는 순간 따스함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한 모금 마시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사르르 녹고 마음도 편안하다.

 

문득 건물 입구에서 촉촉한 5월의 비를 맞으며 탐스럽게 피어있던 작약꽃이 떠오른다.

 

작약이 활짝 폈어요. 이맘때가 꽃이 한창 필 때인가 봐요?”

 

그렇죠. 지금 꽃이 이쁘게 필 때죠. 쌍화탕에 작약 뿌리가 들어가요. 그래서 작약밭을 크게 하는데 꽃이 볼 만하죠.” 라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얼굴엔 좋은 재료를 쓴다는 자부심과 작약꽃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생긴 것에서 오는 반가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보인 작은 관심은 의외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가게 여기저기에는 다양한 화초가 자라고 있었고 윤이 날 정도로 반짝이는 화초의 모습에 신기해하자, 사장님은 좋은 약재 찌꺼기덕분이라며 웃으신다. 사장님은 기분이 좋으셨던지 작약꽃 몇 송이 드릴까요?”라고 하시며 바깥으로 나가신다. 잠시 후 나는 보라색과 흰색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작약꽃 한 다발과 함께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새삼 깨닫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것은 나보다 상대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는 일이라고. 잠깐이었지만 사장님과 오고 간 대화를 돌이켜 본다.

 

내가 한 일은 상대가 좋아하는 작약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것뿐이다.

 

상대가 작약에 애정이 있음은 가게 문 앞에 환하게 피어있는 작약 화분과 진열대 한편에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모아 곱게 말리고 있는 것을 보고 짐작해 본 것이다.

 

 

하나를 더 꼽자면 상대의 말을 관심을 가지고 잘 들어주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나는 작약이라는 소소한 주제이지만 서로 적절한 공감과 귀 기울임이 있었던 사장님과의 시간이 진심으로 즐거웠다.

 

누구나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나의 말을 잘 들어주기까지 한다면 호감을 느끼고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데일 카네기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라.” 그리고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하라.”라는 말이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은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관심을 가지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얘깃거리가 생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듣는 것 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최고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감해 보자. 작약이 꽃을 피우듯 우리 관계도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잘 들어보라. 상대의 말 중에 배울 것이 있으면 내 것으로 취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작약 뿌리가 쌍화탕에 쓰이고, 이맘때면 꽃을 아름답게 피운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먼저 관심을 보이고 듣는 사람이 라는 것이 싫은가?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지금 당신에게 그렇게 다가오고 있을 것이니 억울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