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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6 (금)

임지윤 작가 에세이

사람에게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일까?


가을이 되니 동료, 친척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그들에게 따스한 축하의 말을 전하며 삶에서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인지 문득 생각에 잠긴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삶을 함께하겠다는 약속. 청첩장에 담긴 신랑, 신부, 부모님의 이름을 보니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할 시간에 대한 무게감과 의미가 새삼 전해진다.

인생에 행복과 고통, 그 모든 순간에 서로를 믿고 지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가장 긴 인연으로 함께 할 두 사람. 이들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일까?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모니의 마지막 잔에 담긴 커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모니 (Coffee ceremony)”

아라비카 품종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는 ‘커피 세리모니’라고 하는 중요한 의식이 있다. 단순히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관계를 강화하고 존중과 환대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의식인 커피 세리모니.

그 준비는 주로 여성이 특별한 장소에 풀과 꽃으로 장식하고 기름이나 향을 태워 따뜻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작된다.

물에 씻어 실버스킨을 제거한 생두를 숯불이나 화로에 직접 볶으며 볶아지는 커피 향을 손님들에게 맡게 하고, 볶아진 원두는 맷돌이나 절구에 넣고 직접 곱게 간다.

갈아진 원두가루는 ‘제베나(Jebena)’라고 불리는 흙 주전자에 물과 같이 넣어 천천히 끓여 풍부한 맛과 향을 우리고, ‘시니’라 하는 작은 컵에 담아 세 번에 걸쳐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의식이다.

커피가 추출되는 전 과정을 정성스레 보여줌을 통해, 그 과정에서 전해지는 커피의 향미를 통해 손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 세리모니에서 마시는 커피는 축복과 영적인 연결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세 번에 걸쳐 제공되는 커피의 명칭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 세 잔은 순서대로 아볼(Abol), 토나(Tona), 바라카(Baraka)라 불리며,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잔 아볼(Abol)은 가장 진하고 강렬한 맛으로 세리모니의 시작을 상징한다.

두 번째 잔 토나(Tona)는 첫 잔인 아볼 보다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으로, 사람들 간의 연결과 조화를 의미한다.

세 번째 잔인 바라카(Baraka)는 "축복"이라는 뜻으로, 손님들에게 행운과 평화를 기원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은 커피는 종종 팝콘, 호호바(Hohoba)라 불리는 견과류, 빵, 곡물로 만든 음식과 함께 제공된다.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하고, 문제를 논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자리가 되는 커피 세리모니. 그 마지막 잔인 축복을 의미하는 바라카.

 

첫 번째 잔이 향과 맛이 가장 진하다. 두 번째 잔은 부드럽고 은은하게 커피의 균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쓴 맛이 많이 녹아있는 세 번째 잔을 흔히 ‘축복’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는가?

 

커피가 추출될 때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맛은 쓴맛이다.

 

세 잔의 커피 중 가장 쓴 맛이 많은 세 번째 잔을 바라카라고 부르는 이유는 노년을 함께 하는 부부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젊은 시절, 서로를 향한 진하고 강렬한 만남의 시간을 지나고, 생을 함께 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세상의 일들, 갈등, 오해, 다름에서 오는 문제들로 반목하는 시간도 마주하게 된다. 그러한 시간과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절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더욱 친밀하게 연결되어 조화로워지는 부부.

그 부부가 젊음, 좋음도 모두 지난 노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준 쓴맛, 서로에게 말로, 행동으로 준 쓴맛에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커피 세리모니의 마지막 세 번째 잔이 담고 있는 축복의 의미가 아닐까?

 

생두를 볶고, 볶인 원두를 갈고, 커피를 우려 세 번에 걸쳐 나누어 마시며 세리모니의 모든 순간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처럼, 가장 마지막에 마실 바라카는 쓴맛이 많음을 앎에도 행운과 평화를 기원하며 마시는 것처럼,

 

인생의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누군가의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겨울을 앞둔 가을, 가장 긴 인연으로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한 그들에게 서로가 가장 큰 축복이 되는 존재가 되길 바라며, 커피 세리모니의 아볼, 토나, 바라카 세 잔의 커피가 갖는 의미를 축하의 말에 따뜻하게 담아 전해본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