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나의 세 번째 커피는
올해의 목표와 소망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마음으로 향하는 첫 출근길
떡국과 함께 한 살 더 먹는 나이가 마냥 좋았던 어릴 적과는 달리,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름이 없는데 하루 사이에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것에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드는 출근길이다.
새해가 되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출근길 커피 한 잔, 점심시간 동료들과 마시는 커피가 아닐까?
뜨거운 커피를 손에 쥐고, 컵에 입술을 살짝 댄다. 아직 이불 속에 있는 듯한 머리를 카페인이 깨워주길 바라며 주문을 외우듯 호호 불어 본다.
입안에 들어온 따스한 아메리카노의 온기는 멍했던 머리를 깨운다. 반쯤 감긴 눈을 뜨게 한다. 온몸에 퍼지는 커피의 따스한 기운이 시렸던 몸과 마음을 녹이는 듯하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새해의 결심, 카페인 덕에 머릿속에 각인되듯 또렷해진다.
올 한 해, 아침잠을 깨우고 차가운 몸과 마음을 녹여준 커피처럼 나와 인연이 닿은 이들에게 작년보다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자 다짐하며 새해 첫 수업을 시작한다.
수강생들과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시작하는 수업, 오늘은 핸드드립 대신 라떼를 나누어 볼까 싶어 물어본다.
“새해 첫 커피, 라떼나 핸드드립 이 중 어떤 거로 할까요?
“핸드드립이요”라는 대답에 미소 지으며 원두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동안 마신 커피가 2잔이다.
해가 바뀌어도 하루에 마시는 커피양은 최소 2잔. 커피 사랑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오늘 마신 커피로 섭취한 카페인은 얼마나 될까? 핸드드립을 내리며 잠시 생각해 젖어본다.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 함량은 생두의 종류와 추출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30ml에는 약 40~75mg, 240ml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60~120mg, 더블샷으로 만든 카페라떼에는 80~150mg, 240ml 기준 핸드드립 한 잔에는 80~120mg이 들어있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성인을 기준으로 일일 카페인 권장 섭취량이 400mg임을 고려한다면 새해 첫날 마신 커피 두 잔으로 섭취한 카페인은 아직 권장량의 미만이다.
최대량으로 계산해도 아직 남아있는 카페인 권장량 160mg, 새해, 세 번째 커피는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나누어 볼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불가항력으로 먹게 된 한 살의 나이와는 다르게 오늘의 마지막 세 번째 커피는 새해 더 깊어질 인연, 소중한 사람과 마셔보면 어떨까?
핸드드립을 통해 세상에 나온 커피처럼 나를 세상에 존재하게 해 준 이,
엄마...
엄마는 카페인에 민감해 커피를 드시지 못한다.
그래도 딸이 내린 커피 맛보고 싶으셔서 한 모금 드시고 밤을 하얗게 지내시고, 작년 새해 아침 뽀얀 떡국을 끓어주셨던 엄마.
올 새해, 드시는 약 때문에 딸이 내린 커피를 눈으로만 바라보셨던 엄마의 눈이 나의 마음을 적셔온다.
일에 치이고 밀려,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전화도 자주 못 드리는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내년 새해 첫날에는 하얀 우유가 들어간 라떼를 엄마의 손에 쥐여드리고 싶다.
수업 후 퇴근을 준비하며 빈 강의장을 바라본다.
새해 결심을 다지며 마신 아메리카노, 덕담을 나누며 마신 핸드드립커피, 아직 남겨둔 세 번째 커피의 카페인은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보며 마음속으로 만든 카페라떼로 채워본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