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발데스를 아시나요? 콜롬비아 커피
안데스의 능선을 따라 안개가 피어오를 때, 붉게 익어가는 커피 체리들.
부드럽고 깔끔한 콜롬비아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콜롬비아의 햇살이 입안 가득 퍼지는 듯하다.
‘후안 발데스(Juan Valdez)’
밀짚모자를 쓰고, 수작업으로 정성껏 커피를 재배하며 노새와 함께 길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콜롬비아 커피 농부의 상징이자, 콜롬비아 커피의 얼굴이 되었다. 이 캐릭터는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전 세계에 콜롬비아 커피의 품질과 철학을 전하기 위한 상징이다.
후안 발데스를 브랜드로 만든 곳은 콜롬비아 전역의 커피 농가를 하나로 잇는 연합, FNC(Federación Nacional de Cafeteros de Colombia),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 연합이다.
1927년, 중간 상인들의 착취와 가격의 불안정 속에서 생계를 위협받던 농민들은 스스로 뭉쳤다.
“커피 농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게 하자.”
그 다짐은 조직의 신념이 되었고, FNC는 그렇게 태어났다. 오늘날 FNC는 50만 명 이상의 커피 농가가 소속된 거대한 공동체다. 품질 관리, 가격 안정화, 농가 교육, 연구소 운영, 지속가능성 실천까지 커피 한 잔의 가치가 오롯이 농부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묵묵히 그 뒤를 받치고 있다.
콜롬비아의 커피는 하나의 맛이 아니다.
‘콜롬비아 커피’라 불리는 그 한 잔엔 산지마다 다른 고도, 기후, 토양, 그리고 바람의 결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산지마다, 후안 발데스는 또 다른 얼굴로, 다른 계절 속에서 커피를 키워내고 있었다.
후일라(Huila)의 후안 발데스는 안데스 산맥 남쪽, 해발 1,600m 고지대에서 뜨거운 햇살과 서늘한 밤공기를 견디며 체리를 기른다. 아침마다 이슬 맺힌 커피 체리를 살피며, 자몽처럼 상큼한 커피로 키워낸다.
나리뇨(Nariño)에서의 후안 발데스는 험한 산세 속, 화산 토양에 뿌리내린 커피 나무를 돌본다.
그의 커피는 높은 고도에서 천천히 익어간다.
킨디오(Quindío)의 그는 언덕진 들판과 고요한 마을에서 매일 커피나무 곁을 지킨다. 흙냄새 속에서 웃음 지으며 가족, 이웃과 함께 견과류의 고소함, 부드러운 단맛이 나는 커피를 키워나간다.
톨리마(Tolima),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후안 발데스는 오렌지나무 옆에 커피나무를 심고, 감귤과 허브의 향을 머금은 체리는 천천히 익어간다.
후안 발데스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마주 잡은 수천 명의 손끝에서 피어난 철학이다.
그 커피를 마신다는 건, 단지 취향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후일라의 안개 속에서 시작된 그의 발걸음이 톨리마의 햇살 아래까지 이어져 각기 다른 향미로 오늘의 이 컵 안에 조용히 담겨 있다.
이 한 모금의 커피로, 우리는 아주 먼 곳의 누군가와 많은 연결 속에 함께 하게 된다.
그 따뜻한 연결이, 커피가 가진 진짜 힘이 아닐까?
산지마다 다른 모습으로 콜롬비아 전역을 걷는 수많은 후안 발데스.
따뜻한 콜롬비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도 조용히 그를 응원한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