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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일)

최홍석 칼럼 - 못 하나 때문에

어떤 건설회사에서 15년을 일한 베테랑 목수가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었다. 그는 솜씨가 좋은 사람이었고 남다른 열심도 있었다. 자신이 해고된 영문을 모른 그는 관리실에 쫓아가 거세게 항의를 했다. 현장 소장이 대답했다.

 

“내가 어제 오후에 현장을 돌아보고 있을 때, 당신은 동료들과 같이 헌 목재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녹슨 못을 뽑고 있었는데 당신은 못 하나가 뽑히지 않고 머리가 떨어지자 그대로 박아버렸습니다.” “그래서 고작 못 하나 때문에 나를 해고한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은 못 하나에 불과하지만 누군가는 대패질을 할 텐데 당신이 박아버린 못이 그 사람의 대패 날을 망가뜨릴 것이고 그로 인해 개인도 손해를 보고 우리의 공정도 차질을 빚게 됩니다. 이것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작은 문제이지만 언젠가 당신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돌아서 나왔다.

 

록펠러는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가져온다고 했으나 목수의 행위는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의 적당주의 즉, 도덕성이 문제였던 것이다. 노자(老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실제로 100 빼기 1은 99가 아니라 0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1995년에 일본 고베에 강력한 지진이 있었다. 무려 6300여명이 사망했으며 도로와 기간 서설이 대거 붕괴 되고 주택 16만 채가 무너지는 참사를 빚었다. 그러나 이 때 무너지지 않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것도 목조 건물이었다. 그것은 곤고구미(금강조金剛組)라는 건축회사가 지은 건물이었고 이로 인해 다시 한 번 곤고구미는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곤고구미 즉, ‘금강조’라는 회사는 578년 창업되었고 그 창업주는 ‘유중광’이라는 백제인이었다. 무려 1447년을 이어오는 세계 최장수 기업이다.

 

일본이 존경하는 인물로서 우리에게는 ‘쇼오토쿠 태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가 있다. 그는 ‘호오류우사’라는 절과 ‘담징의 금당벽화’와 함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시텐노지(사천왕사四天王寺)’를 지을 때 백제에서 명장 세 명을 초빙하였고 그 중 한 명인 ‘유중광’이 일본에 남아서 ‘금강조’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1400년이 넘는 세월을 목조 건물 유지 보수를 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건축한 건물들은 1000년 이 넘도록 건재하고 있으며 고베 지진에서도 살아남았던 것이다.

 

회사의 신조를 보면 그 회사의 장수 비결은 간단하다. ‘사장은 현장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사장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감은 받지 말라(부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호를 개방하지 말라. (문어발식 경영을 하지 말라.)’ 등 부실공사나 돈벌이를 위한 사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장 비싼 재료를 쓴다.”는 철칙은 금강조의 건축물이 지진을 견뎌낸 이유를 말해준다. ‘스티브 잡스’도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장롱 뒤편에 나쁜 나무를 쓰지 않는다.”며 메킨토시의 회로기판 정리에도 신경을 썼다.

 

한편 15세기의 영국 민요 가운데 못 하나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노래가 있다. “못 하나가 없어서 말편자가 망가졌다네. / 말편자가 없어서 말이 다쳤다네. / 말이 다쳐서 기사가 부상당했다네. / 기사가 부상당해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서 져서 나라가 망했다네./ 단지 못 하나가 없어서 나라가 망했다네” 사소함의 위대함을 실감케 하는 민요이다. 작은 것이라고 해서 또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하여 원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강한 힘은 원칙을 준수하는데서 나온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