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봉한 영화 제목이다. 톰 행크스가 주연을 했고 1700년대 실존 인물이었던 ‘알렉산더 셀커크’(1676-1721)를 모델로 했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선원이었고 표류하다가 무인도에서 4년을 지내었고 다니엘 디포의 소설『로빈슨 크루소』의 소재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아무튼 ‘버려지다’ ‘내 팽개쳐지다’를 뜻하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미국 국제 화물 운송 서비스 업체 페덱스(FedEx)의 직원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가 해외 출장 중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태평양의 무인도에 홀로 팽개쳐지면서 전개된다.
영화의 대부분은 절해고도에서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그리고 있디. 물고기 한 마리 잡기도 힘들었던 그는 너무나 힘겨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반드시 살아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머리맡에 놓인 사진의 주인공 바로 아내 ‘캘리’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살아야만 했던 그는 잔해 중에서 건진 배구공에 사람의 얼굴을 그려 넣고 대화하면서 치통이 생긴 이를 스케이트 날로 빼면서 4년 동안이나 견뎌낸다. 그리고 거센 파도 때문에 거의 탈출이 불가능했지만 영화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처럼 그는 마침내 땟목을 엮어서 무인도를 벗어난다. 그리고 극적으로 구조가 되고 회사의 거창한 생환 기념식도 갖는다. 그러나 놀랜드는 살아 돌아온 것이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비행기 추락사고 직후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한 당국은 전원 사망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수색 범위를 훨씬 벗어난 곳에서 표류한 놀랜드는 모든 이들로부터 잊혀졌다. 그리고 오매불망하던 아내, 오직 하나 그의 생존 이유였던 아내 ‘캘리’는 다른 이의 아내가 되었고 한 여자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놀랜드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모든 일이 지난 날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문명 세계로 되돌아왔지만 그는 또다시 내팽개쳐진다.
영화의 앤딩 장면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넓은 황야의 교차로에 선 놀랜드- 그 어느 쪽으로도 갈 곳이 없다. 그제서야 영화의 제목 ‘캐스트 어웨이’가 실감이 난다. 정작 비행기 추락은 내팽개쳐진 것이 아니었다. 비록 무인도에 팽개쳐졌어도 목표가 있고 갈 곳이 있던 그는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었다. 그러나 문명세계 군중들 속에 살아도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진 지금은 ‘팽개쳐진’ 사람이 되었다. 오늘날 팽개쳐진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에는 조카 악마와 삼촌 악마의 대화가 나온다. “똑똑하고 잘 사는 사람들을 속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라는 조카 악마 웜워드의 질문에 대한 삼촌 악마 스크루테이프는 이렇게 답한다. “열심히 살라고 말해줘. 그들은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적당히 즐기며 살라거나 여유 있는 삶을 살라는 식의 말은 절대 통하지 않아. 대신 그들에게 목표를 정해주고 그것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라고 말해주면 돼. 그러면 우리가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파멸하게 될 거야.”
해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갔다. 어느 횟집 앞에 커다란 수족관이 있었고 그 안에서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유영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다 죽었는데 여태껏 살아있음이 기꺼운지 지느러미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오르락내리락 하는가 하면 물구나무도 서고 허연 배를 드러내며 회전도 한다. 옆 칸에서는 수북이 쌓인 대게들이 집게발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물고기의 유영에 장단을 맞춘다. 평화로운 수족관 풍경이었다. 이따금 손님들이 들어갈 때마다 비닐 앞치마를 두를 주방장이 뜰채를 들고 나와 두어 마리씩 건져 가지만 소란은 잠시 뿐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남은 녀석들은 윤무(輪舞)를 계속했다. 다시 7,8명의 손님들이 차에서 내려 횟집을 들어서고 있다. 물고기들이나 대게들은 손님들이 온다는 걸 알고 있을까?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에게 자문(自問)을 했다. ‘나와 물고기들은 다른가?’ ‘나도 물고기들처럼 수족관의 평화를 누리고 있지는 않은가?’ ‘내 삶의 종착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내가 팽개쳐졌음을 느끼고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지는 않을까?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