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화)

밀라노-코르티나 설원에서 '두려움'을 이긴 인간 승리의 철학

2026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의 차가운 바람을 뚫고 전해진 선전의 소식들은 경이롭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오늘날 무한 경쟁과 심리적 위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교과서도 대신할 수 없는 강력한 교육적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Fear)과 부상(Injury)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진리라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감동을 준 장면 중 하나는 이탈리아의 자존심, 페데리카 브리뇨네(Federica Brignone)의 질주였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스키 선수에게는 사형 선고와도 같은 부상을 딛고 10개월 만에 슈퍼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내지른 포효는 단순한 승리의 기쁨이 아니었다. 다시는 눈 위를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재활의 고통이라는 지루한 터널을 견뎌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기 극복'의 찬가였던 것이다.

 

​또한, 은퇴 후 7년 만에 돌아온 41세의 전설 린지 본(Lindsey Vonn)의 도전은 나이라는 숫자가 공포의 대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비록 경기 중 사고로 수술대에 올랐지만, 그녀는 병상에서조차 "꿈을 향한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며 전 세계에 영감을 주었다. 그뿐이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십대인 고3 최가온 선수는 스노보드의 결선에서 1,2차 전의 치명적 실수와 부상을 딛고 오뚜기처럼 일어나 금메달의 승리를 일구어냈다.

 

그 밖의 이 글에서 일일이 열거하지 않는 집념과 불굴의 선수들의 공통점은 공포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그 공포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심리적 근육'을 단련했다는 점이다. 교육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실패(실수)와 부상을 '끝'이 아닌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게 하는 교육,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진정한 의미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 할 것이다.

 

​스포츠 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올림픽 선수들이 느끼는 공포는 우리 청소년들이 시험이나 진로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대한 선수들은 공포를 성장의 쏘시개(연료)로 삼는다. ​몇 가지 점에서 이를 살펴보자. 첫째, 과정 중심의 가치 내면화이다. 44세의 스노보더 닉 바움가르트너는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다." 이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몰입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설렘으로 치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연대와 지지의 힘이다. 최가온이 눈물을 흘릴 때 코치나 부모가 감싸 주고 위로와 격려하는 모습, 특히나 그녀의 우상인 미국의 클로이 킴은 경쟁자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다시 높은 설원 위로 세웠고 자신도 스스로 이를 이겨냈기에 가능했다. 우리 교실의 청소년들에게도 실수를 관대하게 수용해 주고 다시 시작할 용기와 지혜를 주는 심리적 '안전망'으로서의 교육 환경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셋째, 자기 관리의 승리이다. 이번 대회에서 빛난 노장 선수들은 입을 모아 '지름길 없는 생활 방식'을 강조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철저한 준비와 자기 관리라는 기본기로 돌아가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의 설원에서 쓰여진 이 기적 같은 드라마들은 학교 현장에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고 있는가?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가르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단순히 메달의 색깔에 환호하는 것을 넘어, 부상을 당한 다리로 다시 슬로프에 서는 선수의 '떨림'에 다시금 주목하자. 그 떨림은 공포의 증거가 아니라, 극복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우리 청소년들이 삶의 거친 눈길에서 넘어졌을 때,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어루만지고 다시 스키의 날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동계올림픽의 불꽃은 꺼졌지만, 선수들이 남긴 '두려움 극복의 서사'는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한 삶의 원동력과 동기 의식의 고취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교실 안에서도 '결과'보다, ‘도전'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 뼘 한 뼘 성장해 나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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