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0 (화)

관심(關心)의 명암(明暗)

아주 오래 전 젊었을 시절 동원예비군 훈련 차 일 주일 간 군부대에 입소를 했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였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대부분 과장된 군대 얘기를 비롯한 시시껄렁한 얘기들이었으나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진리들도 있었다.

 

내가 속한 분대에 이발사와 구둣가게 종업원이 있었는데 이발사는 일이 없을 때 창가에 서서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쳐다보고 구둣가게 종업원은 발만 내려다본다는 것이었다. 그들처럼 우리 눈은 관심 있는 것만 본다. 아내와 차를 몰고 야외에 갈 때도 대화가 혼선을 일으키고 훗날 그 때를 회상할 때도 기억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나는 길가에 배추밭이 있었는지 보리가 자라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나무가 어떻고 강물이 어떻고 하는 정도이다. 거기에 앉아 낚시를 드리우는 광경 정도만 상상을 하니 대화가 원활할 리가 없다.

 

문득 전에 들었던 어떤 목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중학생 때, 축구를 하다 친구와 부딪쳐 이를 약간 깨뜨렸단다. 그러나 앞니도 아니고 많이 깨진 것이 아니라 아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을 정도였고 그래서 2년 넘게 데이트 할 때도 여자 친구가 눈치를 못 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람과 이야기 하는데 그는 채 5분도 안되어 “목사님, 이가 조금 깨졌군요.” 하더라는 거다. 알고 보니 그는 치과의사였다.

 

이런 글도 본 적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저쪽 코너에 호프집이 있어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막걸리집이 보여요. 거기서 300m 직진하면 됩니다.” 신부님에게 길을 물으면 당연히 “저기 성당 보이시죠? 그 성당을 지나서 400m 가면 성지가 보입니다. 그 성지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됩니다.” 사람들에게 " +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 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 이라고 한다. 목사님은 '십자가' 라고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 라고 할 것이다. 간호사는 '적십자' 라고 하고 약사는 '녹십자' 라고 대답한다.

 

동그라미를 보여주면 자신들의 지배적인 관심사에 따라 ‘축구공’, ‘빵’, ‘보름달’, ‘자전거 바퀴’ ‘동전’ 등의 대답을 한다. ‘I. 칸트’의 말처럼 ‘대상은 인식으로 결정된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단순히 생각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간의 좀처럼 극복할 수 없는 대립을 일으키기도 하고 국론(國論)의 분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각종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개인적인 도덕성이나 능력은 차치하고 출신 당이 어디냐에 따라 호오(好惡)를 결정지어 버린다. 심지어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 거짓말로 치부해 버린다. 올바른 인식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불가결한 것인가.

 

현역시절 연수에서 강사로 온 한 교장선생님의 감명 깊은 강의를 들었다. 그 학교는 신설학교인데다 평판이 좋지 못해 매우 힘들게 시작한 학교였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의 사정이 방송에 보도됨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전국에서 복학생들이 몰려왔다. 그러나 교사들의 헌신으로 단기간에 지금은 평판이 좋은 학교가 되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두어 개만 소개하면 이렇다.

 

새로 칠한 벽에 한 아이가 ‘힘들어 죽겠다.’고 커다랗게 낙서를 했다. 교장선생님이 범인을 찾으라고 불같이 화를 내고 있을 때 낙서하는 광경을 목격한 선생님은 아이를 데려다가 무엇이 힘든지 상담을 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애를 쓰더라는 것이다. 또 한 번은 어떤 녀석이 계단에 가래침을 뱉어 교장선생님이 대로(大怒)하고 있을 때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교장선생님을 찾아와 근심스레 말하더라는 것이다. “아이의 가래 속에 피가 섞여 있는 걸 보니 각혈을 하는 모양입니다. 빨리 찾아내 병원엘 보내야겠습니다.” 부끄러웠단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망치뿐일 때 무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나의 인식은 바른가? 그래서 바로 보고 있는가?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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