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녹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익숙한 음량인데도 늘 어딘가 아쉬움이 묻어 있습니다.녹음된 방송을 다시 듣는 일이 참 어색하기만 합니다.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는 시간은 긴장도 되지만 많은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인생도 녹음해 두었다가 다시 한번 들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
지나간 시절 중 가장 그리웠던 시절은 언제인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지나치게 붙들었는지, 무엇이 그토록 눈부셨는지에 대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대의 봄입니다. 대학교 강의실, 창문 너머로 스며들던 햇살, 강의실로 향하던 가벼운 발걸음,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던 젊음의 기세.
시간은 멈춰 있을 것 같았고, 하고 싶은 공부는 끝없이 많았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누군가는 질문을 했고, 누군가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고, 누군가는 봄이 오는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가 조용히 쪽지를 건넸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별 미팅이 있다는 짧은 문장의 종이그 순간 교수님의 강의보다 더 크게 들린 것은 내 심장 소리였습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저 좋아서, 그저 설렜던, 가슴이 콩콩거리던 그 시간을 한 번쯤 다시 녹음해 듣고 싶습니다.
이제 세월은 흘러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봄은 여전히 돌아오고, 지금도 역시 마음은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다만 그 설렘의 모양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중년의 시간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뜨겁게 타오르지는 않고 대신 오래 바라볼수록 삶을 은은하게 비춥니다. 젊은 날의 마음이 한순간의 불꽃 같았다면, 지금은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조금 멀리서 바라보고 싶은 영원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60대가 되어 50대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계절이었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70대가 되어 60대를 돌아보면 그때도 아직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80대가 되어 70대를 돌아보면 이제는 반복과 후회보다 천천히 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90대가 되어 80대를 돌아본다면 하루하루를 감사로 살아낸 시간이 결국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다고 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는 인생을 다시 살기 위해 마음의 녹음을 하고 싶습니다.되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는 순간의 떨림을 놓치지 않기 위한 마음의 장면을. 언젠가 매년 돌아오는 설렘의 빛이 조금씩 옅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인생은 다시 녹음해 듣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깊이 살아냈는가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떨렸던 순간들이었음을 기억하고 살고 싶습니다.

백상희 칼럼니스트
· 96.3 mhz sone FM 진행/ 구성작가
· 2026년 대한민국 진심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