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본다. 그 가방 안에는 교과서뿐 아니라 어른들의 기대, 사회의 정답, 비교당하는 점수까지 함께 들어 있다. 아이들은 그 짐을 지고 사막 같은 일상을 묵묵히 건너간다. 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철학자 니체는 인간 정신의 변화를 세 가지 동물에 비유했다.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다. 무거운 짐을 묵묵히 지고 사막을 걷는 낙타. 그 짐을 내던지고 포효하는 사자. 그리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어린아이.
낙타는 객(客)이다. 누군가가 정해준 짐을 진다. 누군가가 정해준 길을 간다. 짐의 무게에 한숨은 쉬어도 짐 자체에 의문은 품지 않는다.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단계다.
사자는 다르다. 짐을 내려놓고 정답을 의심한다. "나는 원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자는 아직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는 못한다. 다만 거부할 뿐이다. 자유로 가는 문턱에 선 단계다.
어린아이가 마지막이다. 어린아이는 새롭게 시작한다.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 자체를 만든다. 어제의 나에 갇히지 않는다. 매일 처음 태어난 것처럼 산다.
나는 이 세 단계를 한 단어로 다시 읽는다. 주도권.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아이로 갈수록 주도권은 내 쪽으로 옮겨온다. 주도권, 주체성, 주인, 주인공. 결국 다 같은 말이다.
박경철 작가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혁명가로 살아야 하고 이런 혁명가의 삶만이 자기가 주인인 삶인 것이다." 거창한 혁명이 아니다. 짐을 내려놓고, 의심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작은 일이 곧 자기혁명이다.
나 역시 혁명가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익숙했던 수의사의 삶, 주어진 삶에 안주하던 낙타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 지금은 작가이자 강연가로 내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자 단계에 서 있다. 언젠가 어린아이 단계에 이르리라 믿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낙타의 자세만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짐을 잘 지는 법, 줄을 잘 서는 법, 정답을 빨리 찾는 법. 그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면 곤란하다. "이 짐이 진짜 내 짐인가?"라고 물을 수 있는 사자의 용기, "나는 무엇을 새로 만들고 싶은가?"라고 물을 수 있는 어린아이의 호기심까지 함께 길러야 한다.
그 시작은 어른의 말 한마디다. "이거 해" 대신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게 내가 뭐랬어" 대신 "그래서 뭘 배웠어?" 이런 한마디가 아이를 낙타에 가둘지 어린아이로 풀어줄지를 가른다.
니체의 세 단계는 단계라기보다 매일의 선택에 가깝다. 어제의 정답에 머무를 것인가, 오늘 새로 태어날 것인가.
나는 그 어떤 것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고유하고 귀한 존재다. 우리 아이도 그렇다. 옆자리 아이도 그렇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교실이라면, 그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언젠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것이다.
다시 묻는다. 우리 아이는 지금 낙타인가, 사자인가, 어린아이인가. 어른인 나는 또 어디쯤 와 있는가.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박근필
· 수의사
· 작가,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 박근필성장연구소 소장
· 청소년 진로 직업 특강 외 다수 출강
· 데일리벳 외 다수 매체 칼럼 연재
[저서]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2023)
·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 (2024)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2025)
·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 (2025, 공저)
[참고 링크]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