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5.5℃구름조금
  • 강릉 25.6℃흐림
  • 서울 28.2℃구름많음
  • 대전 27.4℃흐림
  • 대구 27.1℃흐림
  • 울산 25.4℃구름많음
  • 광주 26.8℃흐림
  • 부산 28.4℃구름많음
  • 고창 25.8℃흐림
  • 제주 27.2℃
  • 강화 24.6℃구름많음
  • 보은 24.6℃흐림
  • 금산 24.9℃흐림
  • 강진군 26.3℃흐림
  • 경주시 24.9℃구름많음
  • 거제 26.6℃흐림
기상청 제공

2024.09.20 (금)

유은지 작가 에세이

진정한 쉼이란

 

 

주말이 오기 며칠 전부터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다.

 

이번 주말은 오롯이 쉬어야지.’

 

현대인 대부분은 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평일에는 주어진 일정들로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 잊기도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월요일에서 금요일을 맞이하곤 하는데, 시간을 잊을 만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삶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야 다음이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더 애쓰며 살게 했는지도 모른다. 쉼이라는 마침표를 주말에 몰아놓고, 평일에는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전투력을 키운다. 긴장된 어깨는 근육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보면 거북목이라는 훈장을 받기도 한다. 주말이라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일에 함께하지 못한 가족과의 약속으로 보내다 보면, 주말도 짧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은 평일보다는 조금의 여유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선물한다

 

예정된 일정이 없었던 이번 주말만큼은 하루 종일 누워있으리라는 생각이 한주를 버티게 했다.

 

주말 아침, 익숙한 소리에 두 눈을 떴다. 365일 울리도록 설정해놓은 알람을 끄며,

 

 

 

! 어제 꺼둔다는 걸 깜박했네.’ 5분 단위로 설정한 알람이 다시 울렸을 때 약간의 짜증이 섞이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한동안 천장을 바라본다. 네모반듯한 프레임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는다.

 

. 더 자고 싶은데.’

 

늦잠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누운 상태로 마음이 불편하다. 몸은 쉬고 있지만, 쉬지 못하는 것은 머릿속의 여러 잡념들이다.

 

주중에는 이런저런 일들로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바빴다. 주말이 오면 한 번에 몰아서 쉴 수 있어. 하는 마음을 뒤로 숨긴 채 말이다. 나에게 있어 쉰다는 것은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방전된 상태에서 충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이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 그것이 휴식이었다. 그런데, 해결해야 할 일과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상황에서 누워있다고 해도 그것은 쉼이 될 수 없었다.

 

사전적 의미로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쉰다는 의미를 가진다. 정신적, 육체적 노동 후에 지친 몸이나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라 한다. 휴식(休息)이라는 글자 속에도 의미가 담겨있는데, ()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는 것이고, ()은 자신의 마음을 아래로 내려놓는 것으로 자연에 기대어 쉬며 정신을 가다듬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휴식인 것이다.

 

몸은 누워있으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한 나를 돌아보니, ‘과연 이게 쉬는 것이 맞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나?’하는 생각에 누워있는 상태가 어색하기도 했다.

 

 

편하지 못한 쉼의 상태가 계속되자, 인생 선배의 말씀이 떠올랐다.

 

생각으로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는

 

몸을 움직이면 된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라.”

 

쉬고 싶어 누워있지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마음이 들자, 짧게 세수를 하고는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선다. 어쩌면 걷는 것이 누워있는 것보다 생각을 쉴 수 있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는 장마였지만, 우산을 쓰고 적당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으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한 걸음씩 내딛는 두 발에 집중하니 복잡한 생각들이 잊히는 듯했다. 그리고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과제들이 조금은 가볍게 다가왔다.

 

30분가량을 걷다 보니, 누워있을 때보다 더 개운한 상태의 몸과 마음이 되는 것은 왜일까. 걸으면서 살펴본 나의 마음은 조금 전 보다 편안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잠시나마 나를 돌아보는 휴식은 이런 것이 아닐까.

 

진정한 쉼.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보다 작은 활동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새로운 마음을 갖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쉬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 생각이 많아 몸은 쉬어도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그저 누워있기보다 움직여보면 좋을 것 같다.

 

다시 다가오는 주말에도 그냥 누워있기보다는 몸을 움직여, 나를 돌아보고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려 한다. 그저 몸을 멈추어 쉰다.라는 의미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쉼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