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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금)

임지윤의 커피스토리

자네는 세상 살면서 쉬운 일, 제일 잘 하는 일이 뭔가?

아메리카노와 라떼 밖에 모르며, 커피를 시작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글쓰기를 시작한 나. 그런 나의 도전을 기꺼이 도와주시겠다고 손을 잡아주신 스승님이 계신다.

 

책 읽을 시간도 없이 하루를 사는 나에게 글쓰기는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자신감으로 채워진 글을 쓰고자 생각했던 처음 마음, 그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일상생활에 치여 점점 힘을 잃어간다. 그런 제자를 말없이 지켜보시며 힘을 내라고 선물을 보내주신 분, 그리고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도 해주시는 스승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나에게 던져주신 그분의 질문이다.

 

세상 살면서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

 

제일 잘하는 일이 뭔가?

 

그 질문에 나는 커피 공부를 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커피 공부하면서 쉬운 게 뭐였을까?,

 

제일 잘 하는 게 뭘까?’

 

여전히 쉬운 것 없고, 잘 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게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나를 가만히 살펴본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컵 안에 하얀 하트를 띄우는 것도 어려웠다. 커피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고 말로 표현하는 것, 생두가 가진 향미를 로스팅으로 살려내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로 생각될 때도 있었다.

 

열기가 느껴지는 덩치가 큰 로스터기 앞에 서면 긴장이 돼 편하지가 않았다. 그때 느꼈던 긴장감은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펼치면 드는 지금의 감정과 사뭇 비슷하다.

 

로스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경험이 부족했고, 로스팅할 생두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생두를 맛있게 잘 볶고 싶은 마음만 앞섰을 때다. 그러니 생두가 제대로 로스팅 되어 본연의 향미를 머금도록 열을 제때 적절하게 주는 건 더더욱 힘들었다.

 

좋은 글, 다른 이의 글을 읽으며 배우는 시간이 부족하고,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 한 줄을 완성 시켜 써 내려가는 것도 어려운 지금의 마음처럼 말이다.

 

뛰어난 향과 맛을 품고 있는 품질 좋은 생두라도 로스터가 로스팅 과정에서 제때, 제대로 열을 주지 못하면 그 향과 맛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연두색 생두 안에 잠자듯 고요히 숨겨져 있는 향미는 생두에 전해지는 열에 의해 깨어나기에 로스팅이 중요한 이유이다.

 

생두는 자신의 향미를 제대로 구현해 줄 로스터를 만나지 못하면 전혀 다른 향미로 발현된다. 꽃과 과일의 향을 머금고 신맛과 단맛이 느껴져야 할 파나마 보케테 생두가 초보 로스터인 나를 만나 건어물 맛이 되어버린 것처럼.

 

 

로스팅이란?

 

로스팅은 생두에 열을 가해 생두 안에 수분과 향미 성분들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조직을 팽창시키며 향미가 발현되는 과정

 

로스팅으로 인한 생두의 물리적 변화

 

  • 색이었던 생두가 로스팅을 통해 갈색의 원두로 바뀜
  • 과정 중 공급되는 열로 생두의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빠져나오는 1차 크랙(Crack) 발생
  • 때 보다 로스팅 후 무게 감소
  • 감싸고 있던 은피(Silver Skin)가 떨어져 나옴
  • 안에 있던 수분이 열에 의해 수증기가 되면서 생두의 조직이 팽창해 생두일 때보다 부피 증가

그래서 로스팅을 할 때는 생두에 대한 이해, 열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생두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연두색이었던 생두가 노랗게, 갈색으로 적절한 시간과 온도에 맞춰 제대로 바뀌고 있는지, 향도 잘 변해가고 있는지 체크하며 생두에 공급되는 열에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스승님의 질문을 조용히 떠올려본다.

 

세상 살면서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

 

제일 잘하는 일이 뭔가?

 

그리고 이렇게 답을 드려본다.

 

세상을 살면서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었던 듯해요. 익숙해져 쉬워지고 잘하게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도록 성장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곁을 지켜주신 스승님이 계셨어요.”

 

커피 실력이 좋아지기까지 힘든 시간, 기쁜 시간을 늘 함께 해주신 커피 스승님

 

글 쓰는 일이 커피처럼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시는 글쓰기 스승님

 

두 스승님 덕분에 세상 살면서 쉬운 일, 잘 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저 또한 누군가를 지켜보며 지금은 어렵고 못 하는 일이 언젠간 쉬운 일, 잘 하는 일이 되어 세상 앞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스승이 되어보겠습니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