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가 소리를 낸다. 버스를 타려다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걸었는데, 이게 웬걸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의 비 소식을 접해서인지 주변 사람들 모두 나처럼 우산을 준비해 온 것 같다.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는 비가 오는 것이 싫은지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우. 왜 이렇게 비는 많이 오는지.” 중얼거리는 사람의 혼잣말을 듣고 있자니 나의 마음이 스친다. ‘나는 어떻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바지 끝이 모두 젖어 번거로운 상황이 되었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소리 덕분에 개운함이 밀려오는 것이 나의 진심이었다. 일상에서 종종 이런 일들이 있다.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계속적으로 불편하게 보이는 사각의 프레임 같은 일들 말이다. 프레임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틀을 말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건의 해석은 달라지지만 한 번 인식되거나 각인된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러라도 부정적으로 흘러가려는 생각의 틀을 바꾸어줄 필요성이 있다. 상황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모든 것이 나쁘게 느껴질 때,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늘 내린 비에
'어떤 방패도 뚫는 창'과 '어떤 방패도 막는 방패'를 팔던 초나라 손님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자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이며 모순(矛盾)이라는 말의 유래다. 만약 창이 방패를 관통한다면 '어떤 창도 막는 방패'는 잘못된 것이다. 만약 뚫을 수 없다면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방패'는 거짓이다. 따라서 어느 쪽을 긍정해도 상인은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갑자기 모순의 어원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요즘 자기계발과 행복, 마인드풀니스에 관한 책을 읽으며 이렇게 모순이 될지 고민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자기계발에 관한 책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 안에 공통적으로 쓰인 내용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 목표를 실천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도 한다. 한편,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개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서로 다른 지역에 살다 보니, 점심 한 끼 하기도 쉽지 않은 친구와 급하게 약속이 잡혔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시간을 낸 것이라 만나기 바쁘게 식당으로 향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낮술을 부른다. 가볍게 막걸리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얘기 중 친구가 지나가듯 하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잘살아온 거 같지?” “그럼, 너도, 나도 잘살았지. 훌륭해!” 막걸리가 넘칠 듯 찰랑거리는 잔이 유쾌하게 부딪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어쩐지 들떠 보인다. “우리 잘살았다.”라는 한 마디가 주는 여운은 길었다. 살아온 지난 시간을 온전히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수많은 일을 “왜 내게만?”, “왜 지금?”이란 말로 부정하고 저항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살면서 현재 겪는 일들은 좋은 일과 나쁜 일로 단정 지을 수 없음을 이제는 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고사성어가 얘기해주듯이, 지금은 나쁜 일인듯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일이 오히려 계기가 되어 새로운 기회가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삶이 내게 주는 교훈을 깨닫는 그때부터 나는 사정없이 흔들릴지라도 뿌리째 뽑히지는 않는다. 당신은 잘살았다고 말할 수
출근길, 앞서 길을 걷던 한 중년 여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길 옆 화단을 유심히 바라본다. 잠시 뒤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찾는 듯 더 유심히 화단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다 이제는 주저앉아 초록빛 풀 사이로 손을 넣어 이리저리 흔든다. 풀 사이로 몇 번의 반복된 행동을 하다가 아쉬운 듯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걷는다. 며칠 전, 한 중년 남성도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오늘도 비슷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궁금해졌다. ‘대체, 화단에 뭐가 있어 저렇게 유심히 보는 걸까?’ 여성이 있던 자리에 나도 멈춰 서서 화단을 바라본다. ‘아. 이거였구나!’ 한 번쯤 사람들을 멈추게 했던 그곳에는 수많은 세잎클로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토끼풀이라고 불리는 클로버는 초록빛 잎 사이로 하얀 꽃이 함께 피어 있었다. 아마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수많은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한참이나 헤맸던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찾아도 보이지 않던 것이 아주 우연하게 눈에 띄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네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