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작가 에세이
오후 5시, 단골 A 카페는 한산하다. 언제나처럼 라떼를 주문하고 가방에서 책이며 노트북을 꺼내는데 아뿔싸 안경이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눈을 두고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집에 다녀와야 한다. 카페 주인에게 금방 다녀오겠다 얘기하고 걸음을 재촉해서 다녀온다. 테이블 위에는 라떼 한 잔이 이미 올려져 있다. 커피잔을 들려고 하는 순간, 카페 주인이 다가오며 말한다. “새로 만들어 드릴게요.” “괜찮아요. 제가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온 건데 신경 쓰지 마세요.” “만들고 5분만 지나도 맛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옆에 두고 글 쓰시는데 제 마음이 새로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요.” “정말 감사해요. 좋은 글 쓸게요.” 생각지도 못한 카페 주인의 마음 씀씀이에 가슴엔 따뜻한 파문이 인다. 나는 다른 일이 없는 날엔, 오후 5시경이면 A 카페를 찾는다. 항상 라떼를 시키고 늘 앉는 그 자리에서 글을 쓴다. 저녁 시간이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카페.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지도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게 방해가 안 되려는 사람들처럼 서로 조심스럽다. 그리고 8시경이면 카페 주인은 뜨거운 물 한 컵을 조용히 올려놓고 사라진다. 처음 며칠 내가 뜨거운 물을 찾았더니
- 대한민국교육신문
- 2024-06-19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