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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김연희 작가 에세이

A 카페에서

 

 

오후 5, 단골 A 카페는 한산하다. 언제나처럼 라떼를 주문하고 가방에서 책이며 노트북을 꺼내는데 아뿔싸 안경이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눈을 두고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집에 다녀와야 한다. 카페 주인에게 금방 다녀오겠다 얘기하고 걸음을 재촉해서 다녀온다. 테이블 위에는 라떼 한 잔이 이미 올려져 있다. 커피잔을 들려고 하는 순간, 카페 주인이 다가오며 말한다.

 

 

새로 만들어 드릴게요.”

 

괜찮아요. 제가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온 건데 신경 쓰지 마세요.”

 

만들고 5분만 지나도 맛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옆에 두고 글 쓰시는데 제 마음이 새로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요.”

 

정말 감사해요. 좋은 글 쓸게요.”

 

 

생각지도 못한 카페 주인의 마음 씀씀이에 가슴엔 따뜻한 파문이 인다. 나는 다른 일이 없는 날엔, 오후 5시경이면 A 카페를 찾는다. 항상 라떼를 시키고 늘 앉는 그 자리에서 글을 쓴다. 저녁 시간이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카페.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지도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게 방해가 안 되려는 사람들처럼 서로 조심스럽다. 그리고 8시경이면 카페 주인은 뜨거운 물 한 컵을 조용히 올려놓고 사라진다. 처음 며칠 내가 뜨거운 물을 찾았더니 언제부터인가 먼저 챙겨주기 시작했다.

 

 

내 글 대부분은 이 카페에서 탄생했지만, 아직 카페 주인은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오늘 문득 책임감이란 단어가 스쳐 지나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내 글이 대부분 자신의 카페에서 쓰였다는 것을 몰라도 나에게 보여준 배려가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묵직한 책임감이 아니라 아름다운 책임감이라고나 할까. 언젠가 자신도 글을 쓰고 싶다고 하더니 어쩌면 내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살면서 누군가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지금껏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았고 오로지 나를 향해 있었다. 내가 나만 보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나를 봐주었고, 보이지 않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며 글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카페 주인이다. 지극히 이기적 글쓰기에서 이타적 글쓰기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고 훗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굳이 믿는다고 떠들지 않아도 좋다. 대게는 그냥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스티븐 킹 

 

글쓰기만 외로운 작업이겠는가?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고 목표가 분명한 일이라 해도 그 과정에서 때때로 고독과 좌절을 느낄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순간 한 사람이라도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곳곳에서 나를 응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완성된 글을 먼저 읽어주고 칭찬과 비평을 해 주는 이들이 있었고, 역시 잘할 줄 알았다며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새삼 내게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었는지 깨닫는다.

 

미처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우리에겐 우리를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이제 나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누군가를 조건 없이 믿어주고 응원하고 있는지를."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