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6 (목)

얘들아~~벚꽃잎을 꼭 잡아야만 하니?^^

벚꽃잎 하나, 첫사랑 하나

 

 

점심시간,
산수유꽃 노란 숲 길에서 아이들 생활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그 시간은 단순한 지도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열리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여자 어린이 세 명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 웃으며 오다가
저를 발견하고는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동으로 나오는 인사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얘들아~~산수유 꽃 보여줄까?”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따라왔습니다.

 

 

“이 노란 꽃이 산수유입니다.
이건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나무입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는 꽃 중 하나입니다.”

“와~~” 

바로 근처에는
백리향 야생화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잎을 하나씩 떼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이건 백리향입니다.
백 리까지 향기가 난다고 해서 백리향입니다.”

아이들은 잎을 코에 가져다 대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우와! 진짜 좋은 향이 나요!”
“향이 진하다!”

 

"아이들은 그 작은 잎을 소중하게 

손에 쥐고 놓지 않았습니다.

향기를 맡고 감탄하는 이 순간, 

아이들의 감각은 열리고 기억은 깊어집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 입에서 갑자기 첫사랑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희 반에 첫사랑이 있어요.  저는 **반이에요. 저는 **반에 있어요.”
“몇 학년이신데요?”
“*학년이요.”
“아 *학년이세요~~~”^^

고학년도 아닌 *학년 귀요미들입니다.

“그 친구가 네가 좋아하는 걸 아나요?”
“아니요. *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요. 몰라요 그 친구는.”

“고백하고는 싶은데 차일 것 같아요. 

아~또~~ 민망해요~민망해요~.“

(민망이란 단어는 어떻게 알고 쓰는지^^) 

 

”부끄러워요 고백하기가.”

“그러면 걔랑 또 사이가 안 좋아지니까요. 

그런데요. 벚꽃잎 떨어지는 걸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면서요.”

“잡아봤어요?”

“잡혔는데 왜 안 이루어져요?”

 

(^^아빠 미소 짓는 중)

“아! 이거 기도까지 했어요. 기도도 했어요. 첫사랑 이루어지라고요.”

 

(^^아빠 미소 2~~)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꺼내 놓습니다.

이 순간, 교실이 아닌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더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근데 있잖아요. 떨어지는 벚꽃잎 잡았는데 왜 끈적끈적거려요? 벚꽃잎이 왜 끈적거리냐고요.”

“한번 잡아봤는데 아래가 끈적끈적해요.”


“그것은 벚꽃 아래 뿌리에서 올라오는 진액~~물도 빨아들이고 영양분도 빨아들이고 그런 것들 때문에 끈적거리는 거예요.”

“혹시 지금 몇 시에요?”


“지금요?  51분이에요.”

“네? 벌써요? 그럼 들어가야 돼요~~”

“훌륭하네요. 시간 잘 지키네요. ”

“우리 기억하셔야 돼요.~”

아이들은 떠났지만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벚꽃잎 하나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며

“첫사랑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라고
마음속으로 빌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마음은
이루어짐 이전에
이미 아름답습니다.

벚꽃잎이 흩날릴 때면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의 첫사랑을
조용히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수없이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볼때마다

한없이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떠올리며 위로받을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감정과 함께 남습니다. 그래서 이런 순간들은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오래도록 남는 삶의 이야기로 자라납니다.

 

얼마 후,
카카오톡으로 한 통의 영상이 도착했습니다.

*** 선생님으로부터였습니다.

무슨 영상인지 하고 눌러보니
바로 그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백리향 잎을 손가락 끝에 살짝 잡은 채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습니다.
그리곤 동시에 외칩니다.

 

“교장선생님, 좋은 잎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잎 하나씩,
귀여운 하트 세개.


그 안에 담긴 사랑스런 언어들

백리향의 향기가
영상 속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 짧은 표현 속에는

감사, 관계, 기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경험을 통해 ‘사람과의 따뜻한 연결’을 배웁니다.

 

 

오늘 박형훈교목님이 그러시네요.

“지금 난리입니다.

떨어지는 벚꽃잎 잡는다고~~

아이들이~ ㅋ”

 

친구들과 함께 벚꽃잎을 따라 다니며

잡는 이 경험은 아이들에겐 힐링이요

즐거웁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삶의 위로입니다. 

 

휘날리는 벚꽃잎들 위로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 쏟아집니다.^^

 

“내가 너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기고 너를 사랑하였은즉…” 이사야서 43장 4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경이로움이다.” -레이첼 카슨-

 


 

[부록] 그날 10분에 담긴 다섯 가지 이야기

 

"작은 장면 하나가 왜 이토록 오래 남는 걸까"

 

점심시간, 산수유 나무 아래 10여 분. 

겉으로 보면 그저 짧은 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10분 안에는 교육학자들이 

백 년 동안 찾아 헤맨 보물들이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다섯 개의 창문으로 그날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하나. 몸에 새겨지는 배움

 

책으로 배운 꽃 이름은 쉽게 잊힙니다. 

그러나 손끝에 쥐었던 향기는 잊히지 않습니다.

 

교과서에서 '산수유는 조기 개화 식물'이라고 읽은 아이와, 노란 꽃 아래에서 "이건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이에요"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다른 사람으로 자라납니다.

앞의 배움은 머리에 머물고, 뒤의 배움은 에 스며듭니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 는 평생 이 한 가지를 말했습니다.

"진짜 배움은 경험이라는 밭에서만 자란다."

 

밭에 뿌린 씨앗만이 뿌리를 내립니다. 

책장에 꽂힌 씨앗은 아무리 많아도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그런데 듀이가 덧붙인 말이 있습니다. 

 

경험이라고 다 같은 경험이 아니라는 것. 

좋은 경험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답니다.

 

하나는, 그 경험이 다음 경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는 것. 

또 하나는, 그 경험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는 것.

 

그날 산수유 아래의 10분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지녔습니다. 노란 꽃은 백리향의 향기로 이어졌고, 향기는 벚꽃잎의 끈적임으로 이어졌고, 끈적임은 보이지 않는 뿌리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교장선생님과 아이들 사이 에서 흘렀습니다.

 

살아가며 무언가 끈적이는 일을 만날 때마다, 아이들은 그 아래 깊은 뿌리가 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둘. 공간이 '내 장소'가 되는 순간

 

아이가 지구를 사랑하기 전에, 

먼저 한 그루 나무를 사랑해야 합니다.

 

환경교육을 오래 연구한 미국 학자 데이비드 소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지구를 지키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지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어떤 어른은 아이에게 "북극곰이 죽어가고 있다"고 먼저 가르칩니다. 그러면 아이의 마음에는 지구가 두려운 것으로 자리잡습니다. 소벨은 이것을 '생태 공포' 라고 불렀습니다.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 지구.

이 마음으로는 지구를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어른은 아이에게 "이 꽃 향기를 맡아보렴" 하고 건네줍니다. 그러면 아이의 마음에는 지구가 사랑스러운 것으로 자리잡습니다.

 

공포로 지키는 지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랑으로 지키는 지구만이 평생을 갑니다.

 

중국계 지리학자 이-푸 투안 은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공간(space)은 추상이지만, 장소(place)는 기억이다." 

 

이름 모를 숲은 그저 '공간'이지만, 

백리향이 자라는 운동장 모퉁이는 

이제 아이들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산수유, 백리향, 벚꽃. 

 

이 세 이름은 이제 아이들에게 그냥 식물이 아니라 

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텅 빈 운동장이 내가 아는 장소로 바뀌는 순간  

아이의 세상은 그만큼 따뜻해집니다.

 

셋. 첫사랑이라는 이름의 거울

 

어린 시절의 첫사랑은 사랑이기 전에, 

자기 자신을 처음 만나는 거울입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해리 설리번은 8살에서 12살 사이를 '단짝의 시기'라 불렀습니다. 이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친구는 연애의 대상이 아니라, "그 친구의 눈에 비친 나"를 처음 들여다보는 거울 이라는 것입니다.

 

"고백하고는 싶은데 차일 것 같아요. 민망해요."

 

이 짧은 말 안에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는 이미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말로 꺼내고, 그 말이 불러올 결과까지 상상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평생 훈련해도 어려운 일을 이 아이는 산수유 아래에서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 태생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생에 여덟 개의 계단이 있다고 했습니다. 초등학생은 보통 '부지런함을 배우는' 네 번째 계단에 머무는데, 이 아이는 이미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다섯 번째 계단에 발을 올리고 있습니다. 

 

첫사랑이 바로 그 계단의 손잡이입니다.

 

그리고 "벚꽃잎 잡으면 이루어진대요. 기도까지 했어요" 

하는 그 말. 

 

아이는 사실 알고 있습니다. 

꽃잎 한 장이 사랑을 이뤄주지 않는다는 걸.

그런데도 잡으려 하고, 기도까지 한다는 것. 

 

그것은 

 

"내 마음이 하늘에 닿을 수 있다" 고 믿는 연습입니다.

 

이 믿음이야말로 평생 흔들리지 않을 자존감의 뿌리입니다.

 

넷. 과학자와 시인이 한 사람 안에 사는 법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시인입니다. 

어른의 일은 이 둘을 갈라놓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였던 레이첼 카슨 은 『센스 오브 원더』라는 작은 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모든 아이는 타고난 과학자이자 시인이다. 어른의 역할은 그 둘을 함께 지켜주는 것이다."

그녀가 남긴 더 유명한 한 줄은 이것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경이로움이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과학자의 언어 입니다. 

"백 리까지 가는 향기"는 시인의 언어 입니다.

 

두 언어가 한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어른들은 종종 잊습니다.

학교는 자주 아이 안의 시인을 죽이고 과학자만 남겨두거나, 

과학자를 죽이고 시인만 남겨두곤 합니다.

 

미국의 환경교육학자 데이비드 오어 는 

"이름을 모르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 고 했습니다. 

그래서 배움의 첫 걸음은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날 산수유 아래에서는  백리향의 이름이 불렸고, 

아이들은 그 이름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름을 아는 꽃은 더 이상 남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관계입니다.

 

백리향 잎 하나를 쥐고 하트를 만든 아이들은, 

이미 한 생명과 친구가 된 것입니다.

 

다섯. 안전한 어른 하나가 평생을 버티게 한다

 

아이의 마음에는 '위험할 때 돌아올 집'이 필요합니다. 

그 집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 매스튼은 평생 한 가지 질문을 쫓았습니다. 

 

"왜 어떤 아이는 무너지고, 어떤 아이는 다시 일어서는가?"

 

수십 년 연구 끝에 그녀가 찾은 답은 놀라웠습니다. 

무너질 뻔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엄청난 재능이나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진지하게 들어준 어른 한 사람' 의 기억이라는 것.

 

그녀는 이것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평범한 마법"

영웅도 기적도 아닌, 그저 곁에 있어준 평범한 어른. 

그 한 사람이 아이의 평생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뇌과학자 댄 시겔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말로 풀었습니다. 

 

"아이의 뇌는 '내가 느껴지고 있다'는 느낌 안에서 자란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차려 주는 그 순간, 

아이의 뇌 안에 평생 남을 길 하나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교장선생님, 좋은 잎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끝의 작은 잎 하나와 머리 위의 하트 세 개.

 

이 영상은 단순한 감사 인사가 아닙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 어른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에 돌아올 수 있는 집 하나를 지은 순간입니다.

 

십 년 뒤, 스무 해 뒤, 아이들이 인생의 어느 언덕에서 숨이 찰 때 이 집이 조용히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끈적이는 벚꽃잎 한 장이, 먼 훗날 한 사람을 붙잡아 줄 것입니다.

 

[맺음] 교육이란 무엇인가

네덜란드 교육철학자 가르트 비에스타는 교육에 세 가지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자격을 주는 일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게 하는 것. 

 

둘째, 어울려 살게 하는 일 

소통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게 하는 것. 

 

셋째, 자기 자신이 되게 하는 일 

 스스로의 감정, 질문, 사랑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

 

비에스타는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가장 자주 잊힌다 고 탄식했습니다.

오늘의 한국 교육도 앞의 두 가지에 너무 많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세 번째 일은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뒤로 밀립니다.

 

그러나 그날 산수유 아래의 10분은 

바로 그 세 번째 일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되고, 

자기 첫사랑의 주인이 되고, 자기 질문의 주인이 되는 시간.

 

선생님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것입니다.

 

시간표에 없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자유. 

교과서에 없는 교실을 열 수 있는 권한.

 

그리고 산수유 아래 10분이 

수학 한 시간보다 아이의 평생에 더 깊이 남을 수 있다는 확신.

 

그 확신을 가진 학교는 이미 하나의 교육철학입니다.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피우는 일이다."

그날 세 아이의 가슴에 불씨 하나씩이 놓였습니다.

 

백리향의 향기처럼, 

그 불씨는 조용히, 

그러나 멀리

 

백 리를 갈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박대훈

 

• 현)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장
• 청주교육대학교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석사(초등영어교육)
• 전국삼육초연합회 회장
• 한국사립초연합회·서울사립초연합회 부회장
• 서울시·충청북도 수업연구 발표대회 1등급
• 충북 단재연수원 1급 정교사 연수 특강 강사
• 학교법인 삼육학원 전국 예비교사·중고등부·어린이교사 수양회 초청 강의 다수 출강
• ‘어린이 수업 집중법’ ‘부부행복세미나’‘섬기는 교육행정’강의 다수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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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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