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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목)

임지윤 작가 에세이

커피는 고쳐 쓸 수 있을까?

 

 

좋아하지 않는 말, 하지 않는 말이 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을 물건에 비유해 쓴다고 하는 용도의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 사람의 무엇을 고치고 싶었을까?’, ‘고장 난 물건을 고치듯, 타인을 고친다는 게 맞는 말일까?’,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고쳐지는 물건. 그러한 물건에 사람을 비유할 수 있을까?’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래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 오랜만에 들은 이 말에 문득 다른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커피는 고쳐 쓸 수 있을까?’

 

에어컨에서 바람이 나오는 소리, 제빙기에서 얼음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강의장 자동문이 열리며 자리에 앉기 시작한 수강생들.

 

강의실에 들어온 수강생들의 눈길은 강사인 나보다 내 앞에 가득하게 놓인 각종 재료들로 자연스럽게 향한다. 맨 앞쪽 테이블 위에 가득하게 놓여있는 시럽과 파우더, 소스, 페이스트 등을 눈으로 살펴보는 수강생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커피의 품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커피의 품종은 아라비카 품종과 카네포라 품종이 대표적이에요.

아라비카 품종은 향이 좋고, 쓴맛에 비해 단맛과 신맛이 더 있어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는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품종이에요. 쓴맛이 많은 카네포라 품종은 묵직하게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물을 넣어 아메리카노로 만들거나 우유를 넣어 카페라떼로 만들지요. 또, 우유, 시럽, 소스를 넣어 고소하고 단맛이 있는 메뉴를 만들 때 베이스로 사용해요. 품종이 가지고 있는 맛을 고스란히, 혹은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커피의 맛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단맛이 부족한 로부스타의 단점이 시럽, 소스, 파우더와 우유를 만나면 서로 보완이 되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바뀌게 되죠. 바닐라라떼, 돌체라떼, 캐러멜마끼아또처럼요.”

 

 

“바닐라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바닐라시럽 혹은 바닐라파우더를 이용해 만드는 음료고요.

돌체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연유, 캐러멜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캐러멜소스를 사용해 달콤한 맛이 좋은 음료가 되죠.

카페에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는 재료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보고 커피의 향미를 헤치지 않으면서 부재료로 쓰인 재료들과 시너지를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재료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시도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도 필요해요.”

 

향미가 뛰어난 아라비카 품종은 우유나 시럽, 소스, 파우더와 만나게 되면 오히려 커피의 장점이 다른 재료들에 가려지거나 어울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쓴맛이 많고 다채로운 향이 부족한 로부스타 품종은 오히려 다른 재료들과 만날 때 단점이라 여겨지던 맛은 다른 재료들의 맛을 부각시켜주고, 다른 재료의 고유한 향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카페레시피 시간, 수강생들과 바닐라라떼를 만들며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야. “라고 말했던 동료의 말이 다시 생각나 잠시 그 말에 머물러본다. 그리고 다시 반문해 본다.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려 시너지를 낼 마음이 있는가?

 

단맛이 부족한 로부스타의 단점을 시럽, 소스, 파우더와 우유가 보완을 해주듯, 다른 이의 부족한 부분을 여유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함께 하려는 마음.

로부스타와 같은 사람에게 부드러운 우유로, 때론 달콤한 시럽으로 함께 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시너지를 내는 관계가 되려는 노력.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에 그러한 마음과 노력으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방적으로 상대를 고치려는 마음이 아닌,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이해하고, 장점과 단점을 서로 보완해 바닐라라떼처럼 달콤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시간, 노력 말이다.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