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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화)

유은지 작가 에세이

충전과 감사의 시간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넓게 펼쳐진 그 끝에 둥글고 커다란 달이 걸려있다.

 

“세상에. 저렇게 큰 달이! 슈퍼 문이네.”

 

수많은 사람이 달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추석(秋夕). 가을 달빛이 좋은 밤이라고 하던데, 유난히도 밝고 큰 달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뜻이 가슴으로 와닿는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선선한 가을날의 추석을 맞이하진 못했지만, 하늘을 가득 채운 달을 보고 있자니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지는 듯하다.

 

두 눈에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보름달. 무엇을 빌어도 이루어지게 해줄 것 같은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과거 조상들이 풍성하게 차오른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가을의 수확에 감사하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추석 명절이 되면, 부모님의 고향을 찾고, 성묘를 갔었다. 그리고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견디며, 명절 연휴를 보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번거롭게 여겨지는 형식들은 줄이고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추석의 의미는 그대로인 듯하다. 가족과 함께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추석의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소중한 시간이다.

 

 

추석은 전통으로서의 명절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재충전의 의미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에는 함께 할 수 없었던 지인과 가족을 만나고, 오랜만에 주어진 긴 연휴의 시간을 통하여 바쁘게 지냈던 일상 대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추석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각 가정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비슷한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코로나19 이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렇게 우리의 명절문화는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다.

 

나 역시, 추석을 통해 잠시지만, 감사와 충전의 시간을 만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TV 앞에도 앉아보고, 지인들과 짧고 또는 길게 안부를 전했다. 어떤 지인은 연휴를 활용해서 해외로 가족여행을 갔으며, 한 친구는 부모님을 만나러 요양 시설에 방문 중이었고, 어떤 이는 연휴에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까운 동료는 다가올 자격시험을 준비하느라 연휴에도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렇듯,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추석의 모습은 더욱 다양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절을 핑계 삼아 주변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챙겨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소외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도 함께하면 좋겠다.

 

누군가는 다가오는 주말까지 그 시간을 이어갈지도 모른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추억을 쌓으며 기억될 수 있는 시간이길. 모두의 시간에 안녕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생계를 위해 애쓰고 있을 누군가.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도.

 

커다란 보름달이 각자가 바라는 소원 하나쯤. 이루어지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추석이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