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값은 아무래도 싼 쪽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한국인의 소울인 소주는 마트에서 산다면 2천 원 내외로 구입 가능하다. (물론 식당에서 마신다면 좀 더 비쌀 것이다) 이런 소주와 대비되는 것이 바로 와인의 가격이다. 와인도 저렴한 것은 1만 원 이하에서 충분히 구입 가능하나, 괜찮은 품질의 와인을 먹으려면 2~3만 원은 지불해야 하며, 특히나 비싼 건 수억 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 겨우 750ml의 알코올이 이렇게나 비싼 일일까? 싶기도 하다.
2018년 10월 13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1945년산 프랑스 최고급 와인 한 병이 6억 원이 넘는 역대 최고가에 낙찰된 것이다. 그 전설의 와인은 바로 '최고급 와인'의 대명사 '로마네 꽁띠(Romanée-Conti)' 1945년 빈티지가 55만 8천 달러(약 6억 3천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엄청난 가격의 대명사, 누구나 마시고 싶어 하지만 마실 수 없는 전설의 와인, 로마네 꽁띠를 소개하고자 한다.
로마네 꽁띠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 마을의 특급 밭(Grand Cru)인 로마네 꽁띠에서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사(Domaine de la Romanée-Conti, 줄여서 DRC)가 단독으로 생산(모노폴, Monopole) 하는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의 유래는 수도원인 생비방(St-Vivant) 수도원에서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루이 14세의 친척인 꽁띠 왕자라고 불리는 ‘프랑소아 루이 드 부르봉’ 과 시대의 아이콘 ‘마담 퐁파두르’의 인수 전쟁에 의해서이다.
루이 15세의 정부(情婦)였던 마담 퐁파두르는 지성과 미모를 두루 갖춘 인물이었으며 왕의 연인이자 조언자로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그에 반해 꽁띠 왕자는 루이 15세의 친척으로 왕과 친밀한 관계였으나 퐁파두르의 계략 탓에 왕의 신임을 잃었었다. 그런 와중에 ‘라 로마네 밭’이 시장에 나왔고 꽁띠 왕자와 퐁파두르는 서로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둘은 인수 대결을 벌이고 이 인수 대결에서 승리한 꽁띠 왕자가 해당 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로마네 꽁띠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로마네 꽁띠가 탄생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로마네 꽁띠 밭은 몰수되었다가 다시 경매에 부쳐졌고, 이후 두 명의 주인을 거치게 되고 현재의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사가 소유하고 있다.
이곳은 배수력이 좋고 일조량을 받는 데 유리하며, 토양은 점토로 이루어진 석회질 토양으로 배수량이 뛰어나다.
이곳에서는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가능한 한 늦게 수확하고, 반드시 사람의 손으로만 일일이 수확한다. 덜 익은 포도를 잘라버려서 살아남은 포도에 영양분이 집중되게 가지치기를 하며, 이 외에도 자신들만의 비법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트랙터 사용 시 토지에 충격을 줄까 하여 말을 사용해 밭을 경작하는 것도 특징이다.
100% 피노누아로 생산되며, 달콤하고 풍부한 향, 약간의 스파이시를 동반한 환상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우아하고 힘이 넘치며, 신선한 과일의 깊고 단단한 균형감이 느껴진다. 놀라운 집중도와 지속력을 보여주는 이 같은 매력 덕분에 전설의 와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을 마시면서 나의 성공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좋을 수 있으나,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간직할 때 어쩌면 더 행복할 수 있다.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발견하면서 차근차근 밟아간다면 와인의 진정한 매력을 알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로마네 꽁띠를 마실 수 없다고 기죽지 말자!
이규현
한국와인협의회 부회장, WSET Advanced certificated, 포르투갈 와인 앰버서더, 화신 사이버대학교 와인 강사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