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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 (월)

유은지 작가 에세이

향기는 감정을 알고 있다.


 

짙고 옅은 아로마 향이 차례로 코끝을 자극한다. 커피 향을 한번 맡고, 다시 손바닥 위로 떨어진 아로마오일을 두 손으로 비비고는 코에 가져다 댄다. 그러고는 깊이 향을 들이마신다.

 

“이 향 너무 좋은데?”“어? 정말이야? 신기하네.”

 

내가 들이마신 향의 아로마오일을 보고 테라피스트로 활동하는 지인이 의아해하며 바라본다.

 

“언니. 1년 전과는 정말 다른 향을 선택했는데?”

 

1년 전에도 지인을 통해 감정오일을 체크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무향에 끌렸는데, 다시 만난 오늘은 오렌지향에 후각과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며, 지인의 아로마오일 이야기에 집중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로마 오일은 식물에서 추출된 오일이며, 특유의 향기와 살균, 재생 등 치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지인이 추천한 향이 있었는데, 코에 가까이 가져가자 다른 향에 비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그 향은 유향(보스웰리아)이라는 것으로, 굳은 나무 수액에서 나는 향이라고 했다. 아기예수가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바친 3가지 선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귀한 향인데, 아로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오일을 시향 했다.

 

아로마 시향에 있어 생각해 볼 점은, 행복한 기분이란 들뜬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중심점에 있는 기분이 행복에 가깝다고 했다.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것이 삶의 균형이라고 말하듯, 아로마에도 그러한 철학이 반영된 듯했다.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처진 기분은 올려주는 아로마향은 피로감이 많았던 나를 충전해 주는 듯했다.

 

아로마 오일은 각 향이 가진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과거의 내가 선택했던 향은 일과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향으로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었다면, 이번에 선택한 향은 처진 마음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 좋다며 선택하는 향이라고 했다.

 

“와. 언니도 이럴 때가 다 있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라며 아로마 오일을 내려놓는 나에게 지인은 툭하고 내뱉는다.

 

무기력이 올라오는 최근의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내심 놀라며, 나조차도 설명하기 힘들었던 나의 기분, 감정을 아로마향을 통해 알게 되니, 더욱 신통방통하게 느껴졌다.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몸을 들여다 보라는 말을 들어본 것 같은데, 후각을 통해 나의 감정, 마음의 상태를 알게 된 것이 그저 놀랍게만 느껴졌다. 아로마 오일로 진단된 마음과 몸의 상태가 100% 확실한 건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힌트를 주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게 여겨졌다.

 

지인은 지금 상태에서 자주 맡으면 효과가 있을 향을 블렌딩 해주며, 나의 코 끝으로 향을 잔잔하게 흘려주었다. 다운되어 있던 마음이 조금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향을 만나게 된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향이 다르겠지만, 좋은 향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맡았을 때 안정감을 주는 향을 간혹 시향해 보는 것도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기에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어쩌면, 몸은 어떤 향을 선호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휴식할 때. 지금은 불안을 낮추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라고 말이다.

 

아로마 오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누구나 거부감 없이 한 번쯤 시향해 보았으면 좋겠다. 자신도 몰랐던 마음의 상태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