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함, 정상 추출
다사다난(多事多難)
많은 일과 많은 어려움을 뜻하는 다사다난은 논어와 같은 유교 경전에서 ‘사(事)’와 ‘난(難)’의 개념으로 자주 사용되던 관용적인 표현이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전쟁과 같은 국가적 상황과 개인의 인생 역정을 이야기할 때 많이 쓰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12월, 문득 떠오르는 사자성어 “다사다난”과 함께 지난 시간 속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결과가 좋지 않은 일, 쉽지 않은 어려운 관계에 마음이 머문다. 실패로 기억되는 일, 마음이 좋지 않은 일들에 눈길이 머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일 안에는 노력과 열정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아쉬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한다. 어려운 관계 안에는 마음이 만든 거리와 편치 않은 일들도 존재한다.
아쉬움이 남고 어려움이 존재했던 지난 일들을 바라보니 그 일들이 올 한 해 나에게 주어진 숙제였음을 깨닫는다.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아쉬움과 과함에서 오는 어려움, 모두 적정함을 벗어나기에 오는 숙제들은 아닐지 커피와 연관 지어본다.
커피로 보면 정상 추출이 되지 않고 과소 추출 혹은 과다 추출이 되어 향미가 안 좋아진 커피처럼 다사다난한 일들 또한 정상의 적정함을 넘기에 생겨나는 숙제가 아닐까?
커피에서 정상 추출은 무엇일까?
정상 추출은 원두 안에 담겨있는 향미를 최적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적의 향미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원두가루의 양(도징양), 분쇄도, 커피가 추출되는 시간, 물 온도, 커피와 물의 비율, 균일한 추출과 같은 변수와 추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커피가 정상 추출이 되면 신맛, 단맛, 쓴맛이 조화를 이루어 밸런스가 있고, 긍정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정상 추출의 반대 개념에는 과소 추출과 과다 추출이 있다.
과소 추출은 커피의 성분이 충분히 추출되지 않아 커피 성분이 적은 것을 의미한다.
커피와 물의 비율로 보면 커피보다 물의 비율이 높아 커피의 질감은 물 같고 밋밋하며 신맛, 단맛, 쓴맛 중 신맛이 강하다. 향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과다 추출은 커피의 성분이 너무 많이 추출된 경우로, 균형 잡힌 향미가 아닌 쓴맛과 떫은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추출을 의미한다. 쓴맛과 떫은맛이 추출된 이유는 필요하지 않은 성분까지 과하게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과다 추출이 되면 단맛과 신맛은 사라지고, 무겁고 진한 느낌을 준다. 커피를 마신 후, 입안에 커피의 여운이 깔끔하지 않고 텁텁하고 불쾌한 느낌을 준다. 향도 탄 맛과 쓴 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4년은 나에게 과다 추출이었을까? 과소 추출이었을까? 정상 추출이었을까?
다사다난하다 생각되어진 일들을 다시 바라본다.
커피를 정상 추출하기 위해 저울에 원두가루의 양만 측정하려 원두가루가 담긴 용기의 무게는 빼듯, 내 생각의 무게를 살포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일, 어려움만 바라보고 무엇이 과했는지, 부족했는지 마음의 해석을 내려놓고 한 발자국 옆에서 바라본다.
당면한 일을 마주한 나의 감정이 일을 많다고 느끼게 한 것은 아닌지,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그러한 나의 감정과 시선이 정상 추출을 과다와 과소 추출로 잘못 해석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모든 일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세상은 달라 보인다고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마음이 복잡해 과다가 되지 않도록, 너무 심플해 과소가 되지 않도록 적정하게 살아볼 것을 다짐해 본다. 아쉬움과 과함이 공존했던 2024년, 정상 추출된 에스프레소로 만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흘려보내 본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