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파나마 (Best of Panama)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그녀.
수업 마지막 날, 시험을 마치고 종이 가방을 건넨다. “열어봐도 돼요?”라며 안을 들여다보니 원두 봉투가 담겨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수업 시간, 파마나 게이샤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며
”이 커피 한 잔 마시면, 다른 커피들은 절대 못 먹어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예요.”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을 아직 기억하고 마지막 수업, 선물로 건네준 그녀.
그녀의 따스한 관심과 마음이 봉투에 담겨 손으로 그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즐겨 마셨다던 그녀, “커피 맛은 다 쓰고 고소한 거 아니에요?”라고 질문했던 그녀가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를 알게 된 것 같아서 함께 했던 수업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켠이 뿌듯해져 온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파나마는 커피가 생산된 나라의 이름, 에스메랄다는 커피를 재배한 농장 이름, 게이샤는 커피 품종을 의미한다.
게이샤 품종은 원래 에티오피아 게샤 지방에서 유래한 품종으로 193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중미로 전파되었다. 파나마의 보케테 지역에 있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재배된 후, 독특하고 뛰어난 맛으로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품종이다. 베스트 오브 파나마는 파나마에서 개최되는 커피 품평 대회로 초기에는 소규모의 대회였지만, 2004년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가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게이샤 품종이 대회의 주역으로 매년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해 ‘커피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전파된 게이샤 품종이 파나마에서 재배가 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파나마 보케테 지역의 기후와 떼루아가 큰 요인이다. 에스메랄다 농장은 보케테 고지대에 위치한 농장으로 이 지역의 토양은 화산토이고, 온화한 기후와 적절한 강수량이 커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재스민과 같은 꽃 향, 열대과일, 복숭아, 감귤류의 과일향, 허브와 홍차와 같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복합적이고 섬세한 풍미와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이다.
2019년 Elida Estate의 게이샤가 파운드당 1,029달러, 2023년에는 게이샤 품종이 파운드당 2,000달러를 초과하는 등, 최고급 게이샤는 경매에서 파운드당 수천 달러에 거래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커피는 수강생들 나눠 주지 말고 강사님 혼자 다 드셔야 해요”
“그럼요. 이 커피는 저 혼자 다 마셔야죠.”
이렇게 우리는 웃음과 다짐의 말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근길 선물 봉투를 들고 겨울 찬바람에 시려지는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향한다.
내일 아침은 파나마 보케테 지역으로 커피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의 날짜를 확인하듯 원두 봉투에 쓰여 있는 로스팅 정도와 일자를 확인해 본다.
12월 05일 중약배전.
여행할 장소를 상상하며 어떤 옷을 챙겨갈까 기분 좋은 생각을 하듯, 브루잉 레시피를 고민해 본다.
파나마 게이샤 내추럴 커피의 향미는 다채롭고 복합적인 아로마에 부드러운 바디감이 조화를 이루어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파나마로 여행을 간 듯한 설레는 기분까지 드는 커피.
여행으로 가 본 뉴질랜드가 좋아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던 그녀의 마음도 지금의 나와 같지 않을까?
눈감으면 보이는 하늘, 땅, 자연, 그리고 시간 안에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
그녀의 워킹홀리데이가 삶의 여정에 다채롭고 향기로운 추억과 일상으로 담기길 바라며, 책상 위에 원두 봉투를 살며시 올려놓는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민국교육신문]